월요일 아침. 성적 게시판.
이안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다. 공기가 달랐다. 평소보다 웅성거림이 크고, 시선이 날카로웠다. 게시판 앞에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모니터를 봤다.
-7위 — 서이안 / 388점 / ▼7점-
빨간 화살표. 7위. 이름 옆에 빨간 글씨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관리 대상]-
세 번째 연속 하락. 청람관의 규칙. 3주 연속 성적이 떨어지면 관리 대상에 오른다. 학부모 통보. 상담사 면담 강제. 생활 규제 강화.
서 있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408점에서 400점으로. 400점에서 395점으로. 395점에서 388점으로.
매주 떨어졌다. 1등에서 3등, 4등, 7등. 숫자가 내려갈 때마다 세계가 좁아졌다. 특실에서 4인실로 밀려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남의 일처럼 들었던 게 3주 전이다.
"서이안이 7등?" "관리 대상이래. 전교 1등이었는데." "뭐야, 무슨 일이야?" "야간자습 너무 해서 그런 거래."
수군거림이 등 뒤에서 들렸다. 귀를 닫았다. 닫았지만 스며들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5위 — 한시우 / 398점 / ▼4점-
시우도 떨어졌다. 3등에서 5등. 4점. 이안의 하락폭보다는 작았지만, 시우도 내려가고 있었다.
'나 때문이야?'
그 질문이 떠올랐다가 밀어냈다. 자만이다. 시우의 성적은 시우의 문제다. 이안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아닌데.'
'아닌 거 맞아?'
게시판에서 돌아섰다. 복도를 걸었다. 발이 무거웠다.
오전 11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상담실에서 호출이 왔다.
"서이안 학생, 상담실로 와주세요."
교실을 나서며 하린과 눈이 마주쳤다. 하린의 입이 열리려다 닫혔다. 고개를 돌리고 복도를 걸었다.
상담실. 간접 조명.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액자. 보리차.
김도현이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미소가 없었다.
"앉아."
앉았다.
"이안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도현이 모니터를 돌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기록을 보여주는 대신 이안의 눈을 직접 봤다.
"3주 연속 하락이야. 408점에서 388점. 20점이 떨어졌어."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야간자습 줄이라고 했지? 줄였어?"
"…줄이려고 했어요."
"줄이려고 한 거랑 줄인 건 달라. 기록 보면 여전히 매일 나오고 있더라."
손이 움찔했다.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꽉 쥐었다.
"이안아, 이대로면 학부모님께 정식으로 면담 요청을 드려야 해."
'또.'
'엄마한테 또 전화가 간다.'
"네가 원하는 게 그건 아니잖아?"
도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칼날보다 예리했다. 원하지 않는 걸 하겠다는 경고를 따뜻한 톤으로 감싸는 기술.
"야간자습 2차를 완전히 중단해. 오늘부터."
"…완전히요?"
"완전히. 11시에 취침. 새벽 공부는 금지. 대신 오전 자습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야간자습을 중단하면 시우를 — 아니. 그게 아니라.'
"…알겠습니다."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이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안아."
"네."
"혹시 야간자습실에서 다른 학생이랑 이야기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심장이 멈췄다.
"…무슨 말이에요."
"아니, 그냥. 야간에 둘이서 남아 있으면 이야기도 하게 되니까. 혹시 그런 게 공부에 방해가 되나 싶어서."
도현의 말투는 가벼웠다. 넌지시. 확인이 아니라 떠보는 것.
"야간자습실에서 공부만 해요."
"그래. 그럼 됐어."
도현이 웃었다. 그 웃음이 상담실의 간접 조명처럼 따뜻한 척하는 빛이라는 걸 이안은 알고 있었다.
상담실을 나왔다. 복도에서 벽에 등을 기댔다. 다리가 떨렸다.
'알고 있어. 전부는 아니어도 의심하고 있어.'
'야간자습을 중단하라는 건 공부 때문이 아니야. 시우와 분리하려는 거야.'
숨을 내쉬었다. 걸었다. 교실로 돌아가야 했다. 수업이 있었다.
점심시간. 식당.
밥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한 숟갈 떴다.
식당 반대편에 시우가 앉아 있었다. 평소와 같은 자리. 검정 후드집업. 머리카락이 눈을 가린 채 밥을 먹고 있었다.
시우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이안은 시선을 내렸다. 밥을 입에 넣었다. 삼켰다.
시우의 시선을 느꼈다. 몇 초간. 그리고 시우도 고개를 숙였다.
밥을 반도 남기고 식당을 나왔다.
시우 시점.
성적 게시판 앞을 지나갈 때 시우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시야의 끝에서 숫자를 읽었다.
-7위 — 서이안 / 388점 / [관리 대상]-
발이 한 박자 느려졌다.
'내가 망치고 있는 거야.'
그 생각이 가슴을 찔렀다. 이안이 떨어지고 있었다. 매주. 408점에서 시작한 사람이 388점까지 내려왔다. 20점. 이안에게 20점은 세계의 붕괴다.
'원래 저 사람은 1등이었어. 내가 나타나기 전에는.'
아니, 시우가 나타난 게 아니라 — 새벽 1시에 캔커피를 건넨 그 순간부터. "울어도 돼"라고 말한 그 순간부터. 이안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내 잘못이야.'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앉았다. 룸메이트는 자습실에 갔다.
책상 위에 이번 주 모의고사 시험지가 놓여 있었다. 398점. 원래대로라면 더 높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몇 문제를 일부러 틀렸다. 하지만 — 일부러 틀리는 것도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이었다. 일부러 망치는 것. 기대를 저버리는 것. 그게 시우의 유일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다른 이유가 섞여 있었다. 시우가 1등을 하면 이안이 더 무너질 것 같았다. 올라가면 이안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
시험지를 접었다. 주머니에 넣었다.
밤 11시. 야간자습 2차 신청 시간.
신청서를 들고 서 있었다. 이안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른다. 상담사한테 불려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야간자습을 중단하라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다.
신청서를 냈다.
B1 계단을 내려갔다. 형광등. 자습실.
12번 자리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안이 앉아 있었다.
31번에 앉으려다 멈췄다. 이안의 등이 보였다. 묶은 머리카락 아래로 목덜미가 보였다. 어깨가 평소보다 처져 있었다. 펜을 쥐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상담사가 그만두라고 했을 텐데.'
'그래도 왔어.'
31번에 앉았다. 문제지를 펼치지 않았다. 형광등을 올려다봤다. 지이이, 하는 소리.
새벽 1시. 감독관이 나갔다.
15분.
시우가 13번에 앉았다.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눈 밑이 더 짙어져 있었다. 입술이 갈라져 있었다. 눈이 충혈돼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시우의 안에서 무언가가 찢어졌다.
이안이 먼저 말했다.
"나 때문에 네 성적도 떨어지는 거 아니야?"
시우가 1초 멈췄다.
"내 성적은 원래 일부러 떨어뜨리는 거잖아."
"그게 더 화나."
목소리가 달랐다. 평소의 단정하고 통제된 톤이 아니었다. 갈라진 톤. 감정이 표면으로 올라온 톤.
"넌 할 수 있으면서 안 하잖아."
"…"
"나는 하고 싶은데 안 되는데."
손이 떨리고 있었다. 문제지 위에 올려놓은 손이. 펜이 떨리는 게 아니라 손 전체가.
"408점이었어. 나. 한 달 전에. 지금 388이야. 20점이 떨어졌어. 관리 대상이야. 엄마한테 전화 가. 상담사가 야간자습 중단하래."
"…"
"근데 넌 마음만 먹으면 410도 받을 수 있잖아. 일부러 안 하는 거잖아. 그게—"
멈췄다. 숨을 들이쉬었다.
"그게 얼마나 사치인지 알아?"
침묵이 내려앉았다. 형광등 소리만 울렸다. 난방 파이프가 멈춰 있는 시간이었다. 자습실이 완벽하게 고요했다.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시우의 '일부러 안 하기'는 이안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사치였다. 모든 것을 쏟아도 부족한 사람과, 쏟지 않아도 남는 사람. 그 차이가 — 지금 이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벽처럼 서 있었다.
"…맞아."
시우가 말했다.
"사치야."
"그런 사람이 나한테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해?"
"그건—"
"넌 잘할 수 있으니까 중요하지 않은 거야. 난 잘하는 게 전부인데 그것마저 안 되니까—"
목소리가 끊겼다. 눈에 물기가 번졌다.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시우가 일어나려 했다. 이안에게 다가가려 했다.
이안이 손을 들어 막았다.
"오지 마."
"이안—"
"지금은 오지 마."
시우가 멈췄다. 1미터 거리에서.
손으로 눈을 눌렀다. 닦았다.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눈이 젖어 있었지만 표정은 단단했다.
"나 성적 올려야 해."
"…알아."
"그러려면 집중해야 하고, 잠을 자야 하고, 야간자습을 줄여야 하고."
"그래."
"그러면 여기서 너를 만나는 시간이 사라져."
침묵.
"그래서 화가 나는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어."
시우를 봤다. 형광등 아래 젖은 눈.
"네가 일부러 시험을 망쳐서 화가 나는 건지, 내가 시험을 못 봐서 화가 나는 건지, 야간자습을 못 오게 돼서 슬픈 건지, 널 못 만나서 슬픈 건지 — 다 섞여 있어. 분리가 안 돼."
시우는 이안을 봤다. 이안이 이렇게 많은 감정을 한 번에 말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통제의 사람이 통제를 놓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안 앞에 섰다.
이안이 올려다봤다.
시우가 이안의 자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눈높이에 맞췄다.
"내일부터 안 나올게."
이안의 눈이 흔들렸다.
"여기. 야간자습. 내가 안 나오면 네 성적 올라."
"…그건."
"그게 맞잖아. 내가 없으면 넌 집중해. 새벽까지 문제 풀고, 15분을 낭비 안 하고, 손이 안 떨려."
대답하지 못했다.
시우가 일어섰다. 돌아가려 했다.
이안이 시우의 손목을 잡았다.
멈췄다.
이안의 손이 시우의 손목을 감싸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놓지 않겠다는 것처럼.
"…그게 올라가는 이유가 되면 안 되잖아."
목소리가 갈라졌다.
"네가 없어서 성적이 오른다는 게 — 그게 맞는 거면 — 나는 뭐야."
시우가 돌아봤다. 이안의 손이 자신의 손목 위에 있었다. 떨리는 손. 형광등 아래에서, 이안은 1등도 아니고, 통제된 사람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 무너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말하려는 것이 있었지만 삼켰다. 대신 자유로운 손으로 이안의 손을 감쌌다. 이안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따뜻한 손과 차가운 손이 포개졌다.
3초.
"생각해볼게."
시우가 말했다.
이안의 손을 풀고 31번으로 돌아갔다.
1시 15분. 감독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은 문제지를 보며 앉아 있었다.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눈에 남은 물기 때문이 아니라, 시우의 손의 온도가 아직 손목 위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2시. 야간자습이 끝났다.
B1 계단을 올라왔다. 시우는 먼저 올라간 뒤였다.
1층 로비를 지나가며 상담실 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오늘은.
하지만 머릿속에서 상담실 모니터의 화면이 지워지지 않았다. 야간자습 출석 기록. 매일 겹치는 두 이름.
'도현 선생은 알고 있어.'
'이안과 시우의 출석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
'아직 증거는 아니야. 같은 시간에 자습하는 건 규정 위반이 아니니까.'
'하지만 의심은 시작됐어.'
방으로 돌아왔다. 하린은 이미 자고 있었다. — 아니, 자는 척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침대에 누웠다.
손목 위에 아직 시우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반대편 손으로 그 자리를 감싸 쥐었다.
'하강 곡선.'
성적이 그리는 곡선. 408, 400, 395, 388.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점점 가팔라진다. 다음 주에는 380일 수도 있다. 그다음 주에는 370. 370이 되면 특실에서 쫓겨난다. 4인실로 간다. 하린과 같은 방도 아닌, 모르는 사람들과.
'멈춰야 해.'
'이 곡선을 멈춰야 해.'
'시우를 만나지 않으면 멈출 수 있어.'
'시우를 만나지 않으면—'
그 문장을 끝맺지 못했다. '시우를 만나지 않으면' 뒤에 오는 것이 '성적이 오른다'가 아니라 '숨을 쉴 수 없다'일 것 같아서.
형광등 소리가 없는 어둠 속에서, 이안은 두 가지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하나는 떨어지는 성적. 하나는 올라가는 감정.
두 곡선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쪽을 멈춰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느 쪽을 멈출 수 없는지도.
그래서 잠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