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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자습

19화 원서

12월 30일 화요일 오후 5시 50분. 청람관 자습실. 12번과 31번 자리.

이안이 모니터 화면을 봤다. 정시 원서 접수 사이트, 가/나/다군 세 학교가 한 화면에 표시되어 있었다. 가군 어머니 학교, 나군 어머니 후보 학교, 다군 이안이 정한 상경계열 학교.

접수 단계 마지막 화면에 '제출' 버튼이 있었다. 5분 후 마감이었다. 시우가 옆 책상 31번 자리에서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5시 55분. 자습실 안에 다른 학생들도 자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 12대가 자습실 한쪽 벽에 설치되어 있었다, 청람관이 원서 접수 마감 직전 학생들에게 1인 1대씩 사용하게 만든 임시 PC룸이었다.

이안이 제출 버튼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렸다. 시우의 화면을 한 번 옆눈으로 봤다, 시우의 커서도 제출 버튼 위에 있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제출 버튼을 클릭하기로 어제 자판기 옆에서 정했다.

5시 56분.

"...30초 전."

시우가 작게 말했다.

"...어."

"...20초."

"...어."

"...10."

"...."

"...5, 4, 3, 2, 1."

두 사람이 동시에 마우스 클릭. 모니터 화면이 한 박자 뒤에 바뀌었다, '접수 완료' 메시지.

이안이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자기 학교 세 곳이 한 줄로 나열되어 있었다, 가군 사범대, 나군 인문대, 다군 상경계열. 시우의 화면도 같은 메시지였다, 가군 4번 의대, 나군 서울대 경영, 다군 안전 환산 학교.

자습실 안에서 다른 학생들이 한 명씩 제출을 끝냈다. 12대의 모니터에서 '접수 완료' 메시지가 차례로 뜨고 있었다, 학생들이 일어나서 가방을 정리했다.

이안이 모니터에서 떨어졌다, 시우도 같이 일어났다. 두 사람이 자습실에서 같이 나왔다, 복도에서 잠시 멈췄다.

"...접수 끝났네."

이안이 말했다.

"...어."

"...."

두 사람이 한 박자 침묵했다. 청람관 입소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자기 학교를 자기 손으로 정해 자기 마우스로 접수한 자리였다. 1년 동안 어머니가 정해주고, 한정수가 정해주고, 청람관이 분류해주던 자리에 두 사람의 손이 처음으로 들어가 있었다.

"...밖에 가자."

시우가 말했다.

"...어디."

"...정문 앞 카페. 평소 자리."

"...어."


저녁 6시 30분. 정문 앞 카페.

두 사람이 창가 자리에 앉았다. 따뜻한 카페라떼 두 잔이 테이블에 놓였다. 11월 15일에 처음 같이 온 자리였다, 같은 자리에 다시 앉은 게 한 달 반 만이었다.

"...만약 의대 가군이 떨어지면."

시우가 작게 말했다.

"...어."

"...내년 들어가지 않을 거야. 나·다군 환산점수로 살아갈게."

이안이 시우의 얼굴을 봤다. 시우의 단어가 어제까지 한 적이 없는 단어였다, "내년 들어가지 않는다"가 한정수와 시우 사이의 6개월 동안 한 번도 입에 오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아버지한테 말씀드렸어?"

"...어, 어제 저녁. 4번 의대 떨어지면 재수 안 한다. 나군 다군 한 곳 등록."

"...아버지가."

"...받아주셨어. '그래'라고만."

"...."

이안이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한정수가 한 달 반 동안 미세하게 톤을 옮겨가고 있었다, 가군 학교 변경을 먼저 제안한 것에서 시작해 오늘 재수 안 한다는 시우의 결정도 한 단어로 받았다.

"...나도."

이안이 말했다.

"...어."

"...만약 어머니 학교 떨어지면 내가 정한 다군 학교 갈게. 어머니가 동의했어."

"...언제."

"...어제 저녁 전화."

"...어머니 단어가."

"...'그래, 네 결정 따를게'."

시우가 한 번 끄덕였다. 두 사람의 부모가 한 달 동안 비슷한 톤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한정수도 어머니도 평소 자기 단어 톤으로 자기들이 한 번도 쓰지 않은 단어를 말하고 있었다.

"...."

두 사람이 라떼를 마저 마셨다. 카페 창문 너머로 12월 30일의 햇살이 들어왔다, 12월 5일보다 한 톤 더 차가운 햇살.

"...이안."

"...어."

"...우리가 만약 다른 학교 가면."

"...어."

"...만날 수 있을까."

시우가 처음으로 그 질문을 입에 올렸다. 11월 15일 카페에서, 12월 5일 컨설팅 후에, 12월 22일 자습실에서 한 번도 두 사람 사이에 입에 오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이안이 한 박자 답을 안 했다. 답을 안 한 게 답이 없는 게 아니라 답이 너무 분명해서 그 자리에서 입으로 옮기기 어려웠던 거였다.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이안이 답했다.

"...어디서."

"...학교 사이 어딘가에서."

"...."

"...야간자습실이 아닌 자리에서."

시우가 작게 웃었다. 카페 햇살 아래의 웃음이었다.

"...어, 야간자습실이 아닌 자리에서."


1월 4일 일요일. 청람관 자습실.

정시 1차 합격 발표가 1월 말부터 학교별로 분산 통보되는 일정이었다, 가장 빠른 학교가 1월 마지막 주, 서울대 표준 발표일이 1월 30일 금요일, 그 외 학교가 2월 첫째 주까지 분산. 청람관에 남아 있는 학생이 절반에서 더 줄었다, 잔류 학생 30명 안쪽이었다. 자습실은 거의 비어 있는 시간이 길었다.

이안이 12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책 한 권, 새 책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릴 책 목록을 미리 만들어두는 메모. 합격 발표 후 등록 전까지 한 달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시우가 31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우의 책상 위에도 비슷한 형태의 메모가 있었다, 합격 발표 후 시간 계획.

자습실 안에 두 사람 외에 다른 학생 두 명. 자습실이 사실상 거처가 되어 있었다.


1월 31일 토요일. 가군 1차 합격 발표 다음 날.

청람관 사무실 게시판에 1차 합격자 명단이 일괄 게시됐다. 청람관 학생 중 가군에 1차 합격한 학생, 추합 대기 학생, 불합격 학생이 한 줄씩 정리되어 있었다.

이안이 게시판 앞에서 자기 이름을 확인했다.

'서이안 - 가군 1차 합격.'

이안이 끄덕였다. 어머니 학교 사범대 가군 합격, 안정 합격선 위 17점이었으므로 1차에서 합격이 거의 확실했다.

옆에 시우의 이름.

'한시우 - 가군 추합 대기 1순위.'

시우가 정한 4번 의대 추합 대기 1순위였다. 추합 결과는 2월 첫째 주에 1라운드 통보 예정.

이안이 시우 쪽을 한 번 봤다, 시우가 옆에서 같이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너 가군 합격."

"...어."

"나 추합 대기 1순위."

"...어."

"...."

두 사람이 한 박자 침묵했다.


2월 3일 화요일. 나군 1차 합격 발표 후.

이안이 4인실에서 폰을 들고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나군 인문대, 어머니가 정한 후보 학교. 결과 화면이 떴다.

'합격.'

이안이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끄덕였다. 가군과 나군 두 곳 모두 합격, 다군 합격 발표는 2월 9일 월요일 예정.

저녁에 시우와 자판기 옆에서 만났다.

"...나군 합격."

"...어, 잘 됐다."

"너 의대 추합은."

"...어제 추합 1라운드 결과. 떨어졌어. 4번 의대는 1라운드에서 추합 통지 안 왔어."

"...."

"...2라운드 2월 10일."

"...."

이안이 시우의 얼굴을 봤다. 시우의 표정이 평소와 같았다, 추합 1라운드 결과에 큰 변동이 없는 표정.

"...괜찮아?"

"...어, 괜찮아. 나군 서울대 경영 합격 발표가 2월 6일이야. 거기서 합격하면 4번 의대 추합 안 와도 돼."

"...어."


2월 6일 금요일. 시우의 서울대 경영 합격 발표.

시우가 자기 방 책상에서 폰을 들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 수험번호와 비밀번호 입력. 화면이 한 박자 뒤에 떴다.

'합격.'

시우가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한 번 더 봤다. 합격.

서울대 경영 환산점수 안정선 438점이었다, 시우의 432점이 환산 적용 시 합격 가능선 위. 시뮬 합격 가능성 62퍼센트가 합격으로 나왔다.

시우가 폰을 책상에 놓고 한 박자 의자에 등을 기댔다. 잠시 천장을 봤다.

서울대 경영. 시우의 형 진학 학과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였다. 한정수가 6개월 동안 시우에게 의대만 가리키던 이유가 시우의 형이 이미 서울대 경영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정수의 "프로젝트 2단계"가 의대였던 이유. 그 프로젝트가 오늘 시우의 합격으로 다른 방향에서 채워졌다.

시우가 폰을 들고 한정수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어, 시우."

"...나군 합격."

"...."

한정수가 한 박자 멈췄다.

"...서울대 경영?"

"...네."

"...."

한정수가 더 한 박자 말이 없었다. 시우가 한정수의 침묵을 기다렸다.

"...시우야."

"...네."

"...잘했다."

한정수가 두 음절을 한 톤 더 길게 말했다. 평소 한정수의 톤보다 한 박자 길었다.

"...4번 의대 추합 안 와도 돼?"

시우가 물었다.

"...어, 안 와도 돼. 나군 등록해."

"...네, 아버지."

전화를 끊었다. 시우가 폰을 책상에 도로 놓았다.


같은 2월 6일 저녁. 청람관 인근 식당.

이안과 시우가 학원 인근 식당에서 저녁 7시에 만났다. 평일 정규 시간이 아닌 정시 발표 직후의 자유 시간,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학원 외부에서 어른 동석 없이 일상 시간에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식당 안에 손님 다섯 명, 두 사람이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한 번씩 봤다, 시우가 비빔밥, 이안이 김치찌개.

음식이 나왔다. 두 사람이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합격이었네."

이안이 말했다.

"...어, 서울대 경영."

"...형이랑 같은 학과?"

"...어."

"...."

이안이 시우의 얼굴을 봤다. 시우가 자기 식판에서 비빔밥을 한 술 떴다.

"...아버지가 잘했다고 하셨어. 두 음절."

"...."

"...6개월 동안 그 두 음절 못 들었거든."

이안이 끄덕였다. 자기 김치찌개에서 한 술 떴다.

"...너는 가군 나군 합격."

시우가 말했다.

"...어."

"...다군은 2월 9일."

"...어, 사흘 후."

"...다군 합격하면."

"...다군 등록할 거야."

"...어머니가."

"...받아주셨어. 어제 전화에서. '그래, 네 결정 따를게'."

이안이 말했다. 시우가 끄덕였다.

두 사람이 식사를 마저 했다. 김치찌개와 비빔밥, 청람관 식당의 식판이 아닌 외부 식당의 그릇이었다. 음식의 맛이 진했다, 청람관 식당의 절제된 맛과 다른 결의 맛.

"...이안."

"...어."

"...학교 시작하면."

"...어."

"...너 학교가 강북이지."

"...어, 상경계열."

"...나는 강남."

"...어."

"...서로 학교 사이 어딘가에서 만나자."

"...어."

이안이 끄덕였다. 식판 위에 음식이 남아 있었다, 절반 정도 남았다. 두 사람이 식판을 같이 비울 의무가 없었다, 외부 식당이라 그릇을 도로 내놓으면 됐다.


2월 9일 월요일. 이안의 다군 합격 발표.

이안이 4인실에서 폰을 들었다. 학교 홈페이지, 수험번호와 비밀번호. 결과 화면.

'합격.'

이안이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끄덕였다. 가군, 나군, 다군 세 곳 모두 합격이었다.

이안이 다군 학교로 등록 결정. 이안이 정한 상경계열 학교가 1순위였다, 어머니 학교 합격증은 보험으로 보관.

어머니에게 전화. 어머니가 한 박자 늦게 답했다, "그래."

전화를 끊고 이안이 폰을 책상에 놓았다. 시우와 자판기 옆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 3시.


오후 3시. 자판기 옆.

시우가 캔커피 두 개를 뽑아서 이안 쪽에 한 개를 줬다.

"...다군 합격."

이안이 말했다.

"...어디 등록."

"...다군."

"...어머니가."

"...'그래'라고만."

"...."

"...어머니가 한 달 동안 자주 그 한 단어로 답하셔."

"...어."

시우가 캔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안도 같이 마셨다.

"...우리 학교 결정 끝났네."

이안이 말했다.

"...어, 결정 끝났어."

"...."

"...등록 일정이 2월 둘째 주야."

"...어, 그 다음에 청람관 떠나는 거."

두 사람이 한 박자 침묵했다. 자판기 위 2월 초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1월보다 한 톤 더 누그러진 햇살.


2월 13일 금요일 밤 11시. 청람관 자습실. 12번과 31번 자리.

이안과 시우의 마지막 야간자습이었다. 2차 자습 23:00~02:00 신청 학생이 5명만 남았다, 두 사람과 다른 학생 셋. 감독관도 한 명만 있었다, 자습실 안에서 감독관이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1:00~1:15 감독관 교대 시간 사각지대가 의미 없었다. 감독관이 한 명이고 학생이 다섯 명인 자리에서 사각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안이 12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책 한 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은 책 목록 메모지. 시우가 31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우의 책상 위에 새 봉지가 한 개 있었다, 매점에서 새로 산 사탕 봉지.

자정이 지나 새벽 1시, 시우가 사탕 봉지에서 한 알을 꺼냈다. 노란 포장지, 두 달 전 이안의 필통에 들어갔던 사탕과 같은 브랜드. 시우가 한 알을 자기 입에 넣고 한 알을 이안 쪽으로 건넸다.

이안이 받았다. 포장을 뜯었다, 입에 넣었다. 레몬맛.

평소처럼 평범한 단맛이었다. 두 달 전 시우가 이안의 필통에 넣어준 사탕도, 수능 점심에 이안이 도시락에서 꺼낸 사탕도, 오늘 새벽 1시 자습실에서 시우가 자기 손으로 건넨 사탕도 같은 단맛이었다.

같은 단맛에 다른 자리였다. 두 달 전 그 사탕은 시우의 위협 안의 사탕이었고, 수능 점심의 사탕은 시우 없이 보는 시험의 사탕이었고, 오늘의 사탕은 두 사람이 같은 자습실 같은 자리에 마주 앉아서 자기 손으로 자기 사탕을 입에 넣는 자리의 사탕이었다.

'필요할 때 먹어.'

그 단어가 1년 동안 무기 같았던 단어였다. 오늘 2월 13일 새벽 1시에 두 사람이 자기 손으로 사탕을 입에 넣는 자리에서 그 단어가 무기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새벽 2시, 자습 종료. 자습실 안의 다섯 명의 학생들이 일어났다. 이안과 시우도 일어났다. 두 사람이 자습실 출구 쪽으로 같이 걸었다.


2월 14일 토요일 오전. 청람관 정시 1차 합격 통지.

청람관 사무실 게시판에 정시 1차 합격자 명단이 일괄 게시됐다. 청람관 학생들이 어느 학교 어느 군에 1차 합격했는지가 한 줄씩 정리되어 있었다.

서이안 - 가군 합격, 나군 합격, 다군 합격. 다군 등록. 한시우 - 가군 추합 미통보, 나군 합격, 다군 합격. 나군 등록.

이안이 게시판 옆에서 자기 줄과 시우 줄을 한 번 봤다. 시우가 게시판 옆에 와서 같이 봤다.

도현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게시판 앞에 있는 것을 봤다,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두 분 합격 축하합니다."

도현이 짧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수험번호 적어둬요. 합격 발표 시점에 학원에서 1차 연락 갑니다. 추후 발표 변동 있을 때도 동일하게 연락 갑니다."

도현이 말했다. 두 사람이 끄덕였다. 도현이 더 말하지 않고 사무실 쪽으로 돌아갔다.

도현의 직업적 마지막 호의였다. 학원 상담사로서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후속 연락 의무를 한 번 더 확인하는 동작이었다, 어떤 학생에게는 1초의 호의로 끝났고, 어떤 학생에게는 1년의 기억으로 남았다.

이안과 시우가 게시판에서 떨어졌다. 본관 4층 자기 방 쪽으로 같이 올라갔다, 짐을 싸는 시간이 다음 날 오전이었다.


2월 15일 일요일 오전 10시. 4인실.

이안이 가방을 책상 옆에 펼쳐놓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책 다섯 권, 노트 일곱 권, 옷 일고여덟 벌, 세면도구, 사진 액자 한 개. 청람관에서 5개월 동안 모은 짐이 가방 두 개에 들어갔다.

책상 서랍 안에서 종이 묶음 한 다발을 꺼냈다. 점수 메모지, 환산점수 시뮬 종이, 원서표 인쇄본, 학교 후보 종이. 그 묶음 안에 시우의 종이 한 장과 이안이 시우에게 건넨 답장 종이가 같이 있었다.

이안이 종이 묶음을 가방 안쪽 깊은 자리에 넣었다. 가방 지퍼를 잠갔다.

마지막으로 4인실 천장을 한 번 봤다. 두 달 동안 본 천장이었다, 1인실 천장보다 가까운 천장. 처음 이 방에 옮긴 그 밤에 이상하게 익숙했던 천장이 오늘 떠나는 자리의 천장이었다.

방 밖으로 가방을 들고 나왔다. 복도에 시우가 있었다, 시우도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간다."

이안이 작게 말했다.

"...어."

두 사람이 복도를 같이 걸어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정문 앞에 어머니가 와 있었다, 한정수의 차도 와 있었다. 두 사람의 부모가 정문 앞에서 동시에 학생을 데리러 오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어머니와 한정수가 정문 앞에서 짧게 마주쳤다. 두 사람이 가벼운 묵례를 했다, 더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이안의 가방을 받아들었다, 한정수가 시우의 가방을 받았다.

이안과 시우가 정문에서 잠시 마주봤다.

"...이안."

시우가 작게 말했다.

"...어."

"...학교 시작하면."

"...어, 학교 사이에서."

"...어."

시우가 끄덕였다. 이안도 끄덕였다. 두 사람이 각자 부모와 함께 정문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의 마을버스가 청람관 정문에서 100미터 떨어진 자리에 정차해 있었다. 이안이 어머니와 함께 마을버스 쪽으로 걸었다, 가방 두 개를 어머니가 한쪽씩 들어줬다.

한정수의 검정 세단이 정문 바로 앞에 있었다. 시우가 뒷자리에 탔다, 한정수가 운전석에. 차가 시동을 걸고 도로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이안이 마을버스 정거장 쪽으로 걷는 중에 시우의 차가 옆을 지나갔다. 이안과 시우가 차창 너머로 1초 마주봤다. 시우가 한 번 끄덕였다, 이안이 같이 끄덕였다.

차가 도로 끝으로 사라졌다. 이안이 마을버스에 어머니와 함께 올랐다. 마을버스가 출발했다, 청람관 정문이 작아졌다, 사라졌다.

이안이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 창밖을 봤다. 2월 15일의 햇살이 차창에 비스듬히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