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월요일 오전 10시. 시우 시점. 본관 자습실.
시우가 책상 위에 가/나/다군 시뮬을 펼쳤다. 모의지원 사이트가 토요일과 일요일 동안 한 번씩 갱신됐다, 평일이 시작되면서 시간 단위 갱신으로 빈도가 높아졌다.
가군 의대 후보 한정수가 정한 학교. 이번 주 월요일 오전 갱신, 표본 1820명. 시우의 432점 합격 가능성 47퍼센트, 추가합격 대기권. 점수가 안정선 아래 3점이라는 사실이 일주일 동안 변하지 않았다.
나군 서울대 경영 후보. 표본 950명. 시우의 432점 환산 적용 시 합격 가능성 62퍼센트, 경계선 위. 환산식이 학교마다 달랐다, 서울대 경영은 영어 1등급에 가산점을 주고 수학 표점에 1.2배 가중치를 둬서 시우의 점수가 경계선 위로 들어갔다.
다군 안전 학교. 시우의 432점은 안정 합격, 합격 가능성 92퍼센트.
시우가 세 라인의 합격 가능성을 종이에 정리했다. 47퍼센트, 62퍼센트, 92퍼센트. 가군 의대 합격 못 하더라도 나군과 다군 두 곳 합격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가군이었다. 한정수가 정한 의대 1번 학교는 시우의 432점으로 안전 합격선이 아니었다, 추합 대기. 가군에 한 단계 낮춘 의대를 쓰면 안전 합격이 가능했지만, 한정수가 그 변경을 받아들일지가 결정 지점이었다.
시우가 한정수에게 통화를 걸기 전에 다른 시뮬을 하나 더 돌렸다. 가군 의대를 한 단계 낮춘 경우, 합격 가능성 87퍼센트. 안전 합격선.
한 단계 낮춘 의대가 1번 학교만큼 강한 학교는 아니었다. 한정수가 6개월 동안 시우에게 1번 학교를 가리킨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에는 학교의 임상 트랙, 졸업 후 진로, 한정수의 직업 네트워크가 모두 들어 있었다. 4번 학교는 1번 학교보다 그 모든 항목에서 한 단계씩 낮은 자리였다.
대신 4번 학교는 시우의 432점으로 안전 합격이었다. 1번 학교의 추합 대기 50퍼센트와 4번 학교의 합격 87퍼센트 사이의 37퍼센트의 차이가 한정수가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를 결정할 자리였다.
자료를 다 정리하고 시우가 폰을 들었다. 한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어, 시우."
"...가군 의대 시뮬 다시 돌렸어요. 1번 학교 47퍼센트, 4번 학교 87퍼센트."
"...."
"4번 학교로 가군 바꾸고 싶어요."
한정수가 한 박자 멈췄다.
"...1번 학교는 못 가는 거야."
"...추합 대기 50퍼센트예요. 추합 못 받으면 나군과 다군만 남아요."
"나군 서울대 경영이 합격 가능성 62퍼센트라고 했지."
"...네."
"다군은."
"...92퍼센트."
"...그럼 가군 1번 학교 합격 안 되더라도 나군 다군 두 곳 합격 안정 라인."
"...네, 그래도 가군이 추합 대기로 들어가면 2월 초까지 결과 모르는 자리예요."
"...."
한정수가 다시 잠시 말이 없었다.
"시우야."
"...네."
"내가 학원에 갈게. 오늘 오후."
"...네."
같은 월요일 오후 2시 12분. 학원 컨설팅실. 시우 시점.
한정수가 컨설팅실에 도착했다. 시우와 한정수가 도현 앞에 다시 앉았다, 책상 위에 환산점수 시뮬 종이 다섯 장이 펼쳐졌다.
한정수가 종이를 한 번씩 봤다. 시우가 옆에서 같이 봤다.
"...상담사님."
한정수가 도현에게 말했다.
"네."
"시우 가군 1번 학교, 합격 47퍼센트라고요."
"네, 한정수 변호사님. 오늘 오전 갱신 기준이고, 정시 원서 마감 직전까지 ±5퍼센트 변동 가능합니다."
"...그럼 합격 못 하면."
"추가합격 대기, 2월 초 결과. 그동안 나군 서울대 경영과 다군 안전 학교 결과는 동시 진행. 두 곳 모두 안정 합격선 이상입니다."
한정수가 시우 쪽을 봤다.
"...시우야."
"...네."
"네가 가군을 1번 학교에 쓰고 싶다고 했는데, 시뮬 보니까 4번 학교가 안전이라는 거지."
"...네."
"가군 1번 학교가 우리가 원래 정해둔 학교야. 거기 합격해야 의대 라인 안정이라고 보고 6개월 동안 준비해온 거고."
"...네."
"근데 점수가 432점이면 그 학교 안전 합격선이 아니다."
"...네."
한정수가 종이 한 장을 손가락으로 한 번 짚었다, 4번 학교였다.
"...4번 학교로 가군 바꾸자."
한정수가 말했다.
시우가 한정수의 얼굴을 봤다. 한정수가 처음으로 자기가 정한 학교를 바꾸겠다고 말한 자리였다. 6개월 동안 한정수가 시우에게 한 단어 "가군은 1번 학교"가 오늘 한 단어로 무너졌다.
"...네."
시우가 답했다.
도현이 두 사람의 합의를 한 줄로 정리했다.
"가군 4번 학교, 나군 서울대 경영, 다군 안전 학교. 세 라인 모두 안정 합격선 이상입니다. 12월 22일 시뮬 한 번 더 돌리고, 12월 25일 마감 일주일 전 최종 결정 부탁드립니다."
한정수가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우도 같이 일어났다.
컨설팅실 밖 복도에서 한정수가 잠시 멈췄다.
"...시우야."
"...네."
"...6개월 동안 1번 학교만 봤어, 내가."
"...네."
"...4번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다시 봐야 할 거 같다."
한정수가 시우를 봤다, 시우가 같이 봤다. 한정수의 단어가 가벼웠다, 평소 한정수의 단어와 다른 톤이었다.
"...4번 학교 어떤 학교인지 시우 너는 알지."
"...네, 알아요."
"어떻게 알아."
"...3개월 전쯤, 청람관 입소 직후에 한 번 후보로 검토했어요. 학원 컨설팅 자료에 한 번 들어 있었어요."
"...왜 그때 말 안 했어."
"...말씀드리면 받아들이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아버지가 그때 1번 학교만 보고 계셨으니까."
한정수가 한 박자 말이 없었다. 시우가 한정수의 옆얼굴을 봤다, 한정수가 정면을 보고 있었다.
"...앞으로는 말해."
"...네."
"네가 본 자료, 네가 정한 라인, 다 말해. 내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는 건 내 일이고, 네가 말하고 안 말하는 건 네 일이야. 두 가지가 분리되어 있어야 다음 6개월이 가능해."
"...네, 아버지."
시우가 답했다. 한정수가 한 번 끄덕였다, 1층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시우가 복도에 잠시 서 있었다. 4층 창문에서 12월의 햇살이 들어왔다, 한 달 전 11월의 햇살보다 한 톤 차가운 햇살이었다.
같은 월요일 오후 4시 30분. 이안 시점. 4인실.
이안이 책상 앞에 환산점수 시뮬 종이 다섯 장을 펼쳤다.
가군 어머니 학교 후보. 표본 1100명. 이안의 437점 합격 가능성 91퍼센트, 안정 합격. 나군 어머니 학교 후보. 다른 학교. 표본 850명. 합격 가능성 82퍼센트. 다군 이안이 정한 새 학교 후보 1. 상경계열. 표본 690명. 437점 합격 가능성 78퍼센트, 적정. 다군 이안이 정한 새 학교 후보 2. 사회과학계열. 표본 720명. 437점 합격 가능성 84퍼센트.
이안이 종이를 한 번 더 봤다.
어머니 학교 가군 91퍼센트, 다른 어머니 후보 나군 82퍼센트. 이안 정한 새 학교 후보 다군 78~84퍼센트. 세 라인 모두 안정선 이상이었지만, 다군 두 후보 중 어느 곳을 쓸지가 결정 지점이었다.
이안이 새 종이를 꺼냈다. 다군 후보 1과 2를 비교했다.
후보 1 상경계열. 학과 분위기, 졸업생 진로 분포, 이안의 적성 매칭. 후보 2 사회과학계열. 같은 항목 비교.
후보 1은 매년 졸업생 절반이 기업 경영 분야로 진출하는 곳, 나머지 절반이 대학원 또는 회계 자격증 트랙으로 분산. 학과 분위기는 평가 자료상 '주체적인 자기 학습 환경, 토론 비중 높음'. 이안이 청람관 1년 동안 자기관리에 익숙해진 결을 학교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자리였다.
후보 2는 정책 연구·국제 분야 진출 비중이 높은 학과. 졸업 후 진로가 후보 1보다 넓게 분산되어 있었고, 그만큼 정해진 트랙이 적었다. 학과 분위기는 '협업 비중 높음, 팀 프로젝트 중심'. 이안의 자기관리 결과 결이 다른 방식이었다.
후보 1이 익숙한 결로 진행하는 자리, 후보 2가 새 결로 진행하는 자리. 두 자리가 같은 점수로 갈 수 있는 자리지만 그 이후의 4년이 다른 결이 될 자리였다.
이안이 두 후보를 30분 동안 비교했다. 결정이 안 나왔다, 두 후보가 거의 같은 무게였다. 이안이 결정을 다음 주로 미뤘다.
저녁 6시. 어머니에게 전화.
"...엄마."
"어, 이안."
"...환산점수 시뮬 다시 돌렸어."
"어."
"가군 엄마 학교 91퍼센트, 나군 엄마 후보 다른 학교 82퍼센트. 다군에 내가 정한 학교 두 곳 후보."
"...어."
"...내가 다군에 정한 학교를 1순위로 갈 수도 있어. 가군 엄마 학교가 합격해도 다군 학교에 등록할 수 있어."
이안이 말했다. 1순위가 어머니 학교가 아니라 이안이 정한 학교라는 의미였다. 정시 합격은 가/나/다군 세 군데 다 가능하지만 최종 등록은 한 학교, 그 한 학교를 다군 후보로 정한다.
어머니가 한 박자 말이 없었다.
"...어, 그래."
어머니가 답했다.
"...엄마 괜찮아?"
"...어, 괜찮아. 네가 정한 학교가 어디야."
"...아직 두 곳 후보 중에 못 정했어. 다음 주에 결정할게."
"어, 알겠어."
"...엄마."
"어."
"...엄마 학교 정시 합격 확실하니까, 내가 다른 학교 가도 엄마 학교는 합격증 받아둘게."
"...어. 그래."
어머니의 단어가 평소 톤이었다. 평소 톤으로 어머니가 다음 한 마디를 했다.
"...이안아, 네가 결정한 거 잘 됐으면 좋겠다."
"...어, 엄마."
전화를 끊었다. 이안이 책상 위에 폰을 내려놓았다.
어머니의 단어가 11월 면담실에서의 "네가 결정한 대로 하자"에서, 12월 5일의 "네가 정한 데로 갈게"로, 오늘 "네가 결정한 거 잘 됐으면 좋겠다"로 한 단계씩 옮겨졌다. 어머니가 한 달 동안 미세하게 단어의 톤을 옮기고 있었다.
이안이 책상 서랍을 열었다. 안에 시우의 종이 한 장, 점수 메모지, 학교 후보 종이, 환산점수 시뮬 종이가 다 들어 있었다. 한 묶음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12월 15일 월요일 오후 1시. 하린 시점. 4인실.
수시 발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하린이 폰을 들고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이 한 번 멈췄다, 다시 움직였다.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수험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화면이 한 박자 멈췄다, 결과가 떴다.
'합격.'
하린이 잠시 화면 앞에 멈춰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떨림이 짧았다.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같은 글자가 떠 있었다.
지원한 학교 6장 중 안정선이 가장 안쪽이었던 학교였다. 도현이 11월 면담실에서 "추합까지 가면 한 곳은 충분히 합격"이라고 어머니에게 말한 그 학교였다. 1차 합격이 추합까지 가지 않고 바로 떴다, 도현의 예측보다 한 단계 안쪽 결과였다.
이안이 4인실에 들어왔다, 자기 책상으로 가다가 하린의 표정을 봤다.
"...하린아."
"...언니."
"...떴어."
"...어, 합격."
이안이 하린의 옆에 와 앉았다. 두 사람이 한 박자 마주봤다.
"...진짜 잘 됐다."
이안이 작게 말했다.
"...어."
하린이 한 번 더 폰 화면을 봤다, 끄덕였다. 그제야 어깨에서 한 박자 힘이 빠졌다.
"...엄마한테 전화할게."
"...어, 가."
하린이 폰을 들고 4인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통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평소 하린의 톤이었다.
이안이 4인실에 잠시 혼자 남았다. 하린의 합격이 정해진 게 한 가지 결정이었다, 하린이 청람관에서 다음 주에 짐을 싸서 떠나는 게 따라오는 결정이었다. 4인실에 이안이 혼자 남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안이 자기 책상으로 가서 잠시 앉아 있었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안에 점수 메모지, 학교 후보 종이, 환산점수 시뮬 종이, 시우의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새 종이 한 장을 꺼내 하린의 합격 결과를 메모로 적어두었다. 12월 15일, 하린 수시 합격. 하린이 청람관에서 떠나는 날이 다음 주 안에 정해질 것을 같이 적었다.
이안이 종이를 서랍에 다시 넣고 형광등을 잠시 봤다. 1년 동안 룸메이트로 같이 지낸 하린이 이번 주 안에 청람관을 떠나면, 4인실 두 자리가 비고 이안 한 자리만 남는 자리가 만들어질 거였다. 그 자리의 모양이 어떨지 이안이 자기 안쪽에서 한 번 그렸다.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이안과 시우의 다군 후보 결정.
이안이 일주일 동안 두 후보를 비교했다. 상경계열 후보 1, 사회과학계열 후보 2. 학과 분위기, 졸업생 진로, 적성 매칭, 환산점수 안정도 모두 비교했다. 매일 저녁 어머니와 짧은 통화로 학과 정보를 한 가지씩 더 받아냈다, 어머니가 두 후보에 대해 평가 자료 두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보내주기까지 했다. 어머니가 자기 학교를 1순위로 두지 않는 결을 받아들인 다음 한 단계 더 옮겨와, 이안이 정할 학교 두 후보를 같이 살펴봐 주는 자리에 와 있었다.
이안이 결국 후보 1을 정한 건 토요일 오전이었다. 익숙한 결과 새 결 사이에서 익숙한 결을 한 번 더 진행하기로 한 결정. 청람관 1년의 자기관리 흐름을 학교 4년으로 이어가는 자리가 후보 1이었다, 새 결을 시도하는 자리는 학교 4년이 아닌 다른 자리에 둘 거였다.
토요일 오후 3시, 자판기 옆에서 시우를 만났다.
"...너 가군 4번 학교로 바꿨다고 했지."
"...어, 87퍼센트 안전."
"...나도 다군 후보 결정했어."
"...어디."
"...상경계열 후보 1."
"...이유."
"...학과 분위기랑 졸업생 진로가 내가 가고 싶은 자리에 더 가까워. 청람관 1년 결을 그대로 옮길 수 있어."
시우가 끄덕였다. 캔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머니는."
"...받아주셨어. '네가 결정한 거 잘 됐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두 후보 평가 자료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내주셨어."
"...."
"...너는 한정수 변호사님 어떠셨어."
"...4번 학교로 바꾸자고 먼저 말씀하셨어. 시뮬 보고. 그다음에 6개월 동안 1번 학교만 본 게 자기 책임이라고."
"...."
두 사람이 캔커피를 마저 마셨다. 두 사람의 부모가 한 달 안에 같은 톤으로 한 발씩 옮겨오고 있었다, 그 동시성이 두 사람 사이에 따로 입에 오르지는 않았다. 12월 20일의 자판기 옆 공간에 12월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12월 22일 월요일 밤 11시. 청람관 자습실. 12번과 31번 자리.
이안과 시우가 각자 원서표 한 장씩 인쇄해 들고 와 있었다. 1인 1장의 원서표가 정시 원서 마감 일주일 전 마지막 1차 정리본이었다, 22일이 1차 마감 직전 검토 데드라인이었다.
이안의 원서표.
가군: 어머니 정한 학교, 사범대. 나군: 어머니 후보 학교, 인문대. 다군: 이안 정한 학교, 상경계열.
시우의 원서표.
가군: 한정수 정한 학교에서 한 단계 낮춘 4번 의대. 나군: 서울대 경영. 다군: 안전 환산 학교.
두 사람의 책상이 자습실 가운데서 마주 보고 있었다. 12번과 31번 자리, 1년 동안 두 사람이 답안지를 두고 마주 앉던 그 자리에 원서표가 펼쳐져 있었다.
이안이 자기 원서표를 책상 가운데에 놓았다. 시우가 같이 자기 원서표를 책상 가운데에 놓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책상 위 원서표를 봤다.
다른 학교, 다른 군, 다른 인생.
가군이 사범대와 의대였다, 나군이 인문대와 서울대 경영이었다, 다군이 상경계열과 안전 환산 학교였다. 두 사람의 6장 학교 중 같은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같은 도시 안에 있을 학교들이었다, 강남 강북 한 곳씩 분산. 같은 도시, 다른 학교.
이안이 시우의 원서표를 한 번 더 봤다. 시우가 이안의 원서표를 같이 봤다. 두 사람이 동시에 끄덕였다, 한 번씩.
"...."
시우가 한 박자 후에 입을 열었다.
"...너 다군 1순위 결정한 거."
"...어."
"...어머니 학교 합격해도 다군 등록한다는 거 맞지."
"...어, 다군."
"...어머니가 그거 받아들이신 거지."
"...어. '네가 결정한 거 잘 됐으면 좋겠다'고."
시우가 한 박자 더 멈췄다. 어머니의 톤을 시우가 자기 안쪽에서 한 번 정리했다, 한정수의 톤과 비슷한 결로 옮겨가는 톤이었다. 두 사람의 부모가 자기들이 평소 쓰지 않은 단어를 자기들의 평소 톤으로 말하는 자리에 동시에 와 있었다.
"...나도 가군 4번 학교 결정한 거 한정수 변호사님이 받아주신 거."
"...어, 알아."
"...받아주신 다음에 자기가 6개월 동안 1번 학교만 본 게 자기 책임이라고도 하셨어."
"...."
이안이 한 번 끄덕였다. 자습실 안의 다른 학생 셋도 자기 원서표를 책상 위에 펴 놓고 있었다, 마감 일주일 전의 자습실 풍경이었다. 누구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11시 30분 종, 자습 종료 안내. 두 사람이 원서표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자습실 출구 쪽으로 같이 걸었다.
12월 25일 목요일 새벽 1시. 4인실. 이안.
이안이 침대 위층에 누워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저녁부터 한 가지가 머릿속에서 정리되고 있었다.
원서 접수가 12월 26일 금요일 9시 시작, 12월 30일 화요일 18시 마감. 4일간의 동시 접수. 마지막 결정이 그 4일 안에 있었다.
이안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책상 앞에 앉아 형광등을 켰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시우의 종이 한 장이 그대로 있었다. '수능 끝나면 너랑 같은 자리에 앉을게. 야자가 아닌 자리.'
이안이 그 종이를 들고 한 번 읽었다. 12월 22일 자습실에서 두 사람이 12번과 31번 자리에 앉은 게 시우가 약속한 그 자리였다. 자습이 아닌 자리에 야자의 자리에서 앉은 게 한 가지였다, 다음 한 가지는 청람관 바깥의 자리였다.
이안이 시우의 종이를 책상 위에 놓고 펜을 들었다. 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시우에게 답장 한 줄을 적었다.
'야자 끝나고 어디서 앉을지 같이 정하자.'
이안이 종이를 접었다. 시우에게 직접 전달할 거였다, 자판기 옆에서. 책상 서랍에 시우의 종이와 자기 종이를 같이 넣었다.
형광등을 껐다, 침대 위층으로 올라가 다시 누웠다.
12월 25일 목요일 오후 3시. 자판기 옆.
이안이 시우에게 종이를 건넸다. 시우가 받았다, 펴 봤다, 한 번 더 봤다.
"...."
시우가 종이를 자기 후드 주머니에 넣었다. 이안을 한 번 봤다, 끄덕였다.
"...어, 정하자."
"...어."
두 사람이 캔커피를 마셨다. 자판기 위 12월 25일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11월보다 한 톤 차가웠다.
"...원서 접수 모레부터야."
이안이 말했다.
"...어, 4일간."
"30일 18시 마감."
"...어."
"...."
시우가 한 박자 멈췄다.
"...이안."
"...어."
"...12월 30일에 같이 마감 누르자."
"...어."
"...자습실 12번 31번에서."
"...어, 같이 누를게."
두 사람이 마저 캔커피를 마셨다. 빈 캔을 분리수거함에 넣고 자습실 쪽으로 돌아갔다. 같은 자판기 옆 자리, 평소처럼 두 사람이 잠시 마주서 있다가 자습실로 옮겨간 자리였지만, 오늘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12월 30일 18시 정각에 두 사람이 같이 누를 마감 버튼이 두 사람 사이에 약속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