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토요일 오전 10시. 청람관 1층 로비.
이안이 게시판 앞에 섰다. 새 공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청람관 수능 후 운영 전환 안내. 11/15부 정규 강의 중단. 자습실 운영 유지. 외출 자유화, 주중 4시간 일일. 정시 컨설팅 1차 일정 12/5 성적표 발표 후 1주일간. 학원 잔류 학생 신청서 11/18 마감.'
이안이 공지를 두 번 읽었다. 자습실은 유지된다, 외출이 풀린다, 잔류 신청은 사흘 안에. 한 주 안에 청람관의 운영 형태가 바뀌고 있었다.
게시판 옆에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말했다.
"잔류 신청 안 하면 일요일까지 짐 빼고 나가야 된대."
"수시 학생들은 그 전에 발표 보러 집에 가는 거 같아."
"나는 정시 컨설팅까지 잔류할까 봐."
"부모님이랑 상의해야지."
이안이 게시판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자기 결정은 이미 안쪽에서 정해져 있었다, 잔류. 어머니가 어제 저녁 전화로 학비 결정을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동안 청람관에 그대로 있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식당 쪽으로 걸어가는데 옆에서 시우가 다가왔다, 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디 가."
이안이 작게 물었다.
"...본관 밖, 외출 처음."
"...어디로."
"근처 카페. 2시쯤. 같이 갈래."
"...어."
이안이 한 박자 답을 멈췄다, 그다음 답했다.
"...어, 갈게."
"2시, 정문 앞."
시우가 끄덕였다, 가방을 들고 본관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이안이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문 앞 외출이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학원 외부에서 만나는 자리였다.
같은 토요일 오전 11시. 하린 시점. 4인실.
하린이 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부모와 어젯밤 전화에서 잔류 결정이 났다, 수시 발표까지 청람관에 남는다. 부모가 집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했다, 하린도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안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식당에서 돌아오면 같이 잔류 신청서를 낼 거였다. 하린의 가채점 깡표합 387점, 수시 합격 안정선 두 곳이 있는 학교의 12월 둘째 주 발표를 기다린다. 결과가 좋으면 정시 안 쓰고 수시로 입학, 결과가 나쁘면 12월 셋째 주까지 한 번 더 기다린다.
하린이 책상 서랍을 정리했다. 서랍 안에 평소 메모 쪽지가 한 다발 있었다, 한 장 한 장 펼쳐 보니까 청람관에서의 5개월 동안 받은 잡다한 쪽지들이었다. 학습 일정, 매점 영수증, 식당 메뉴 안내, 부모와의 통화 메모.
쪽지 다발 안에서 한 장의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8주 전쯤의 자기 메모였다.
'이안 언니, 요즘 좀 이상해.'
하린이 자기 글씨를 잠깐 봤다. 8주 전, 처음 이안의 변화를 감지했을 때 자기 안쪽에 적어둔 메모였다. 8주가 지나는 동안 하린이 한 가지를 결정했다, 막지 않는다. 그 결정이 지난주 어머니와의 면담실에서 한 번 더 굳어졌다.
하린이 그 메모를 손에 들고 한 번 더 봤다. 한 번 더 보고 종이를 다시 쪽지 다발 안에 넣었다. 버리지 않았다, 다발 안에 넣었다.
쪽지 다발을 다시 서랍에 넣었다. 가방 정리가 끝났다, 가방 안에 옷 다섯 벌, 세면도구, 책 두 권, 노트 한 권, 쪽지 다발 한 묶음. 잔류용 짐이었다.
방문이 열렸다, 이안이 들어왔다.
"...언니, 잔류 신청서 다 썼어?"
"...어, 같이 가자."
두 사람이 신청서를 들고 사무실 쪽으로 갔다. 잔류 신청을 마치는 데 5분이 걸렸다, 도현이 사무실에서 두 사람의 신청서를 받았다,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오후 2시, 청람관 정문 앞.
이안이 정문 앞에 도착했다. 시우가 이미 와 있었다, 검정 후드 위에 검정 코트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정문 밖으로 나왔다. 청람관 정문 옆 도로가 평일 오후의 한산함이었다. 정문에서 500미터 떨어진 자리에 작은 카페 두 개가 있었다, 학원 학생들이 외출할 때 자주 가는 카페였다.
시우가 그 두 카페 중 한 곳으로 걸었다, 이안이 따라갔다.
카페 안에 손님이 세 명뿐이었다. 두 사람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시우가 일어나 주문을 했다, 캔커피가 아니라 따뜻한 카페라떼 두 잔.
라떼 두 잔이 테이블에 놓였다. 시우가 한 모금 마셨다, 이안도 마셨다.
평소 두 사람이 마시는 캔커피와 달랐다. 따뜻했다, 우유가 들어 있었다, 단맛이 옅었다. 청람관 자판기 캔커피와 다른 결의 음료였다.
"...따뜻한 거 처음이지."
시우가 작게 말했다.
"...어, 학원에서는 캔커피만 있으니까."
"외부에서 마시는 건 이게 처음이야."
이안이 라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카페 창문 너머로 11월의 햇살이 들어왔다, 노란빛이었다. 시우의 얼굴 위에 그 노란빛이 비스듬히 닿았다.
청람관 야간자습실 형광등 아래의 시우와 카페 창문 햇살 아래의 시우가 같은 사람인 게 이상하게 새로웠다. 야간자습실의 시우는 검정 후드의 등이 어두웠고, 카페의 시우는 같은 검정 후드인데 노란빛이 한 톤 옅게 어깨에 얹혀 있었다.
두 사람이 한 박자 말이 없었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에 익숙해질 시간이 야간자습실 1년 동안 충분히 있었다, 오늘의 침묵은 그 익숙함의 끝에 새로 만들어지는 침묵이었다.
"...너 어머니랑 어떻게 할 거야."
시우가 말했다.
이안이 라떼 잔을 잡은 손가락을 한 번 움직였다.
"...환산점수 보고."
"...어."
"환산점수가 어머니 학교를 가리키지 않으면 그 학교 안 써."
시우가 이안을 봤다. 이안이 같이 봤다.
"...어머니가 그거 받아주실까."
"...받아주실 거 같아. 면담실에서 한 마디 들었어, '네가 결정한 대로 하자'고."
"...언제."
"금요일."
"...그거 어머니가 한 말 그대로야?"
"...어."
시우가 한 박자 멈췄다. 이안의 어머니가 그 단어를 면담실에서 했다는 사실을 시우가 처음 들었다, 그 사실의 무게를 시우가 자기 안쪽에서 한 번 굴렸다.
"...너 진짜 좀 변했다."
"...."
"3주 전이랑 다른 사람 같아."
이안이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너도 변했어."
"...어떻게."
"...답을 안 지우잖아."
시우가 작게 웃었다. 자조가 아니었다, 가벼운 웃음이었다.
"...어, 안 지웠어. 수능에서 하나도."
"...."
이안이 시우의 웃음을 봤다. 야간자습실 형광등 아래에서 본 적이 없는 웃음이었다, 카페 햇살 아래의 웃음이 시우의 어떤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 카페에서 청람관으로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이 정문 쪽으로 걸었다. 11월의 햇살이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다. 시우가 한 박자 앞에서 걸었다, 이안이 한 박자 뒤에서.
"...이안."
"...어."
"오늘 1차 자습 신청했어?"
"...어, 9시부터."
"...나도. 같이 가자."
"...어."
"...B1 자습실."
"...12번이랑 31번."
"...."
시우가 한 번 더 작게 웃었다. 이안도 같이 웃었다, 시우의 웃음과 비슷한 결의 웃음이었다.
저녁 9시, B1 자습실.
이안이 12번 자리에 앉았다, 시우가 31번 자리에 앉았다. 1년 동안 새벽 1시 12분에 두 사람이 마주 앉던 자리였다. 오늘은 저녁 9시였다.
자습실 안에 학생이 다섯 명뿐이었다. 정규 자습 시간이라 평소라면 30명 이상 앉아 있을 자리에 다섯 명이 흩어져 있었다. 수능 다음 날의 자습실이었다.
이안이 책을 펴지 않았다. 책상 위에 빈 공간을 두고 손을 모았다. 31번 자리의 시우가 보였다, 시우가 책을 펴지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자습실에 앉아서 자습을 하지 않고 있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이 한 약속이었다.
새벽 1시 12분이 아니었다, 저녁 9시였다.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환기 송풍기 소리도 있었다, 1년 동안 두 사람이 들어온 소리들이 같은 자리에서 났다. 같은 자리에 다른 시간이었다.
9시 30분, 자습실 문이 열렸다. 도현이 들어왔다.
도현이 자습실을 한 번 둘러봤다. 12번 자리에 이안, 31번 자리에 시우, 다른 학생 셋. 다른 학생들이 자기 자리에서 책을 보고 있었고, 12번과 31번 두 자리만 책이 펴져 있지 않았다.
도현이 12번 자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이안의 책상 옆을 지나면서 한 번 끄덕였다. 가벼운 끄덕임, 인사라기엔 작고 묵인이라기엔 명확한 끄덕임이었다.
도현이 31번 자리 쪽으로도 같은 동선으로 갔다. 시우의 책상 옆에서 한 번 끄덕였다. 시우가 끄덕임으로 답했다, 같이 작은 끄덕임이었다.
도현이 자습실 출구 쪽으로 걸었다. 출구 직전에 한 번 멈췄다, 자습실 안을 한 번 더 봤다,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자습실 안에 다섯 명의 학생만 남았다. 도현의 한 번의 끄덕임이 두 사람의 책상 위에 가벼운 무게로 얹혀 있었다.
이안과 시우가 자기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책을 펴지 않은 채 자습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자습이 아니라 자리에 앉아 있는 의미가 다른 것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10시 30분, 자습 종료.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났다, 자습실 출구 쪽으로 같이 걸었다. 다른 학생 셋이 옆에서 같이 일어나 출구 쪽으로 갔다. 다섯 명이 자습실에서 나왔다.
복도가 어두웠다. 이안과 시우가 복도에서 잠시 같이 걸었다, 시우가 1차 자습실 처분이 풀려서 본관 4인실 옆 복도까지 같이 갈 수 있었다.
"...오늘 처음이었네."
이안이 작게 말했다.
"...뭐가."
"...같이 자습."
"...어, 처음이야."
"...."
"...12번이랑 31번에 같이 앉은 거."
이안이 끄덕였다. 새벽 1시 12분이 아니라 저녁 9시에 같이 앉은 게 두 사람의 첫 자습이었다.
복도 끝에 도착했다. 시우가 자기 방 쪽으로 한 걸음 갔다, 이안이 4인실 쪽으로 한 걸음 갔다. 두 사람이 같은 복도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내일."
시우가 말했다.
"...어."
"...같은 시간 자판기."
"...3시."
"3시."
시우가 끄덕였다. 이안도 끄덕였다. 두 사람이 각자 방 쪽으로 걸어갔다.
11월 22일 일요일 오후. 청람관 자습실.
수능 후 일주일이 지났다. 학생의 절반이 청람관을 떠났다, 절반이 정시 컨설팅까지 잔류했다. 이안 잔류, 시우 잔류, 하린 잔류.
이안이 4인실 책상 앞에서 환산점수표를 꺼내 보고 있었다. 평가원 깡표합 435점이 청람관 자체 환산표상으로 약 425점, 사설 모의지원 사이트 환산으로 약 432~437점 범위. 학교별 환산이 다 달랐다, 같은 점수가 학교에 따라 ±10점 안에서 흔들렸다.
어머니 학교가 가리키는 점수는 약 420점이었다, 안정 합격선. 이안의 435점은 그 안정 합격선보다 15점 높았다. 어머니 학교 합격은 정시에서 거의 확정.
다만 같은 435점으로 갈 수 있는 다른 학교들이 다섯 곳 더 있었다. 모두 어머니가 정해놓은 학교가 아니었다, 이안 본인이 환산점수표를 보면서 한 곳씩 발견한 학교들이었다. 상경계열, 인문계열, 사회과학계열. 어머니가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는 학교들이었다.
이안이 그 다섯 곳을 종이에 적었다, 학교 이름, 학과, 환산점수 안정선. 12월 5일 성적표 발표 후 1차 컨설팅에서 도현과 함께 검토할 후보들이었다.
종이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서랍 안에 시우의 종이 한 장과 435점 메모지가 같이 있었다, 그 옆에 새로운 종이가 들어갔다.
같은 일요일 오후 4시 30분. 시우 시점. 본관 자습실.
시우가 본관 자습실 31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안은 같은 자습실 12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평일 정규 시간에 같은 자습실에 앉는 게 일주일 동안 5번째였다.
시우 앞에 환산점수표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평가원 깡표합 432점, 청람관 환산 약 422점, 사설 모의지원 약 428~434점 범위.
가군 의대 안전선이 환산점수로 약 435점, 시우의 432점은 가군 의대 안전선 아래 3점. 일부 의대 합격 가능, 일부 의대 합격 어려움. 한정수가 정한 가군 의대는 시우의 점수로 들어갈 수 있는 의대의 상위권이었다, 432점으로는 추가합격 대기권이었다.
서울대 경영 환산점수 안정선 약 438점. 시우의 432점은 안정선 아래 6점, 합격 가능선 아래 3점. 환산 적용 시 경계선.
다군 안전 학교 약 425점. 시우의 432점은 다군에서 안정 합격.
시우가 한정수에게 이 점수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자기 안쪽에서 한 번 정리했다. 가군에 의대를 쓰는 것은 한정수의 결정이었다, 시우가 거기에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단, 나군과 다군은 시우 본인이 정한다. 나군에 서울대 경영, 다군에 안전 학교. 그렇게 3장 분산이 시우가 청람관에서의 5개월 동안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짜는 원서표였다.
시우가 그 3장의 라인을 종이에 적었다. 이안의 12번 자리에서 옆눈으로 시우의 종이가 보였을 거였다, 시우가 종이를 책상 가운데에 놓고 있었다.
이안이 12번 자리에서 시우 쪽을 한 번 봤다. 시우의 종이를 봤다, 환산점수표 한 장과 학교 라인 한 장이 책상 위에 같이 있었다. 이안이 자기 책상 위에 같은 형태의 종이 두 장을 놓고 있었다.
두 사람의 책상이 자습실 안에서 마주봤다. 12번과 31번, 같은 자리.
같은 일요일 저녁 7시. 4인실. 하린 시점.
하린이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부모와의 전화가 끝난 직후였다.
"...어차피 정시 안 쓸 거니까 그냥 여기 있을게."
하린이 부모에게 한 말이었다. 부모가 한 박자 늦게 답했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
하린이 부모에게 처음으로 자기 결정을 통보한 자리였다. 평소 하린은 부모의 의견을 듣고 따르는 쪽이었다, "엄마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 그럴게"라는 답이 평소 하린의 답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하린이 자기 결정을 부모에게 통보했고, 부모가 한 박자 늦게 받아들였다.
이안이 자습실에서 돌아왔다, 침대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하린의 표정을 봤다.
"...하린아."
"...응."
"...부모님 전화?"
"...어, 끝났어."
"잘 됐어?"
"...어, 그냥 청람관 있는 걸로 정해졌어."
이안이 침대 위층으로 올라갔다, 누웠다. 천장이 가까웠다. 하린이 아래층 침대에 누웠다.
"...언니."
"응."
"...수시 발표 12월 둘째 주야."
"어."
"...떨릴 거 같아."
"...어."
"...언니는 정시 컨설팅이 12월 첫째 주야."
"...어."
"...일주일 안에 두 사람 다 결정 나는 거네."
"...."
두 사람이 한 박자 말이 없었다. 4인실 천장이 평소처럼 가까웠다.
11월 30일 일요일 오후. 청람관 자습실.
수능 후 두 주가 지났다. 12월 5일 성적표 발표가 닷새 남았다, 청람관 1차 컨설팅이 12월 5일 오후 시작 예정.
이안이 책상 위에 학교 후보 종이를 놓고 환산점수를 다시 계산하고 있었다. 사설 모의지원 사이트가 매시간 갱신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가채점 점수가 데이터로 쌓이면서 환산점수의 변동이 시간 단위로 나왔다. 어머니 학교 안정선은 그대로 유지, 다섯 곳의 후보 학교 중 한 곳의 안정선이 432점에서 434점으로 2점 올라갔다.
이안의 435점은 그 학교의 안정 합격선에 1점 차이로 닿아 있었다, 432점이었던 어제까지는 3점 여유였던 자리가 오늘 1점 여유로 줄어들었다. 환산점수의 변동이 1주일 안에 그 안정선을 더 올릴 가능성이 있었다.
이안이 종이에 그 변동을 적었다. 자습실 31번 자리에 시우가 같이 앉아 있었다, 시우도 자기 환산점수표를 매시간 갱신하고 있었다.
오후 5시, 두 사람이 동시에 자습실에서 일어났다. 자판기 옆에서 한 번 만났다, 캔커피 한 개씩 손에 들었다.
"...환산 어떻게 가."
시우가 작게 물었다.
"...어머니 학교는 그대로. 새 후보 한 곳이 안정선 2점 올라갔어."
"...."
"너는."
"...가군 의대 안정선 1점 오름. 나 432점은 그 안정선 아래 4점이야."
"...어."
두 사람이 캔커피를 마셨다. 자판기 위 카메라가 두 사람을 잡고 있었다, 사각이 아니라 정면에서. 그 카메라가 잡는 영상이 도현의 콘솔에 자동 저장되고 있었지만, 그 영상이 더 이상 위반의 증거가 아니었다.
"...12월 5일."
이안이 말했다.
"...닷새."
"...닷새."
두 사람이 캔커피를 마저 마셨다. 빈 캔을 자판기 옆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자습실 쪽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