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7시 12분. 이안이 4인실 자기 책상 앞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특실 2인 1실이 마지막 밤이었다. 내일 아침 게시가 5위권 평균을 발표하고, 평균이 400 미만이면 자동 박탈, 4인실 이동 4일 이내. 이안이 지난 6주간의 점수를 누적 평균에 다시 넣었다. 11주 차 390점, 12주 차 388점, 13주 차 380점, 14주 차 378점, 15주 차 378점.
지난주까지의 평균이 392.4였다. 이번 주 가채점 추정이 378이면 누적 평균은 384점대로 떨어진다. 5위권 평균이 396점 부근에서 형성된다고 본 도현의 추정과 일치한다면, 이안의 누적 평균은 5위권 평균 아래로 12점 떨어진다. 박탈 1차 경고 다음 단계가 박탈 확정이었다.
계산기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화면에 384.2가 떠 있었다.
방문이 열렸다. 하린이 들어왔다, 손에 새 노트를 들고 있었다.
"언니."
"...응."
"이거, 매점에서 새로 산 노트야. 이번 주 풀이 정리용. 언니 노트도 거의 다 썼지."
"...어, 다 썼어."
하린이 노트를 이안의 책상 위에 놓았다. 이안의 책상 위 풀이 노트가 한 권 펼쳐져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4분의 3쯤 채워져 있었다. 하린이 그 페이지를 한 번 봤다, 봤다는 사실이 이안에게 닿았다.
"...언니, 새 4인실 자리 결정됐어. 내일 게시 보고."
"...어."
"엄마한테 부탁해서 내가 그쪽 룸메로 들어가게 했어. 4인실 두 자리 비어 있어서 한 자리 채우는 형식으로."
이안이 하린의 얼굴을 봤다. 하린의 표정에 자랑이나 위로의 색이 없었다, 평소처럼 사무적이었다.
"...왜."
"왜라니. 같이 가는 거 결정했잖아, 어제 면담실에서. 도현 쌤이 룸메 변경 신청 받아준다고 했을 때 나 안 한다고 했고."
"...어."
"그러니까 다음 주에 자리 옮기는 김에 같은 4인실 들어가는 거야. 다른 룸메는 누군지 몰라, 그건 내일 봐야 알아."
이안이 자기 책상 위에 놓인 새 노트를 봤다. 노트 표지에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4500원. 매점에서 풀이 노트 한 권 가격이었다.
"...고마워."
"고맙다고 말할 거 아니야."
하린이 자기 침대 쪽으로 돌아섰다. 침대 위에 자기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4인실로 이동할 짐을 미리 분류하는 동작이었다. 4인실은 1인실보다 책상 면적이 좁았다, 짐을 줄여야 했다.
이안이 책상 앞에서 일어났다. 옷장에서 가방을 꺼냈다, 자기 짐도 분류하기 시작했다. 책 중에 두고 갈 책과 가져갈 책을 나눴다. 1년 동안 모은 풀이 노트 다섯 권은 다 가져가기로 했다, 사진 액자 한 개는 두고 가기로 했다. 어머니가 보낸 액자, 이안이 초등학교 졸업식 때 어머니와 찍은 사진. 4인실에 가서 그 액자를 책상 위에 두는 건 어색했다.
짐 정리가 30분 만에 끝났다. 이안이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내일 아침 8시. 새 게시.'
이안이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눈을 감고 있었다.
월요일 오전 8시. 1층 로비.
이안이 게시판 앞에 섰다. 학생들이 평소처럼 모여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조용했다. 1위와 12위의 격차가 30점이었던 지난주의 게시가 학생들의 입에 한 주 동안 돌았다.
새 게시.
'1위 / 한시우 / 405점 / ▼5' '2위 / 박준형 / 402점 / ▼4' '3위 / 김재훈 / 400점 / ▲1' ... '13위 / 서이안 / 378점 / ▼2'
이안의 이름 옆에 두 줄의 표시가 붙어 있었다.
'[관리 대상] [특실 박탈 확정, 4인실 이동 4일 이내]'
이안이 게시판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손이 차가웠다, 어제 저녁 계산한 숫자가 그대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손이었다. 예상한 결과를 받아 든 차가움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 든 차가움과 다른 결의 차가움이라는 걸 이안이 알아챘다.
옆에서 학생들이 말했다.
"한시우 5점 빠졌네."
"410이 너무 높았던 거 아니야. 405가 정상 점수인가."
"근데 405도 1위야."
"이번 주 평균이 좀 낮은 거 같아. 박준형도 402."
"서이안은 13위? 14위 안 갔어?"
"13위에서 한 칸 떨어진 게 그건가."
이안이 학생들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식당 쪽으로 걸었다, 도중에 본관 자판기 옆을 지나갔다. 자판기 옆 30센티 사각에 작은 카메라가 새로 달려 있었다, 어제까지는 없던 자리에 있었다. 도현이 각도를 조정한 결과였다.
이안이 그 카메라를 보지 않고 지나갔다, 봤다는 사실을 표정에 두지 않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시우가 앉던 창가 두 번째 줄 자리는 비어 있었다. 별관 식당에서 시우가 식사하는 것을 이안이 머릿속에서 그렸다.
같은 월요일 오전 9시 30분. 도현 시점. 상담실.
도현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 CCTV 관리 프로그램이 열려 있었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영상이 자판기 17번 카메라를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도현이 첫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지난 화요일 새벽 1시 9분에서 1시 22분 사이.
화면이 비어 있었다. 자판기 앞 사각의 새 각도, 자판기 옆 30센티 공간이 절반쯤 보이는 위치. 그 공간에 사람이 없었다. 14분 동안 1차 자습 종료 후 학생 두세 명이 음료를 뽑으러 다녀갔다, 그게 전부였다.
수요일 영상. 새벽 1시대. 자판기 옆 사각이 비어 있었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같은 시간대. 새벽 1시대 자판기 옆 사각이 모두 비어 있었다.
도현이 영상을 처음으로 돌렸다. 지난주 일주일 동안 자판기 옆 새 각도에 시우와 이안이 함께 잡힌 영상은 0건이었다.
도현이 노트북을 잠시 닫았다. 책상 위 노트를 펼쳐 한 줄을 적었다.
'1차 칼 빈손. 자판기 사각 영상 0건. 격일제 추정.'
격일제. 도현이 그 단어를 노트에 적어두고 한 박자 멈췄다.
지난주 게시판 발표 시점, 시우가 점수 410점을 받은 그 주부터 두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는 패턴이 시작됐다. 도현이 그 패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CCTV 영상의 비어 있음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자판기 사각이 비어 있고, 비상계단도 비어 있고, 옥상 문 앞도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이 학원 내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각이 일주일 동안 비어 있었다.
이게 우연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만남을 격일제 같은 형태로 분배했거나, 아예 만나지 않기로 했거나.
도현이 노트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두 사람의 협업 강도 = 직접 접촉 시간이 아니라 협업의 정밀함으로 측정해야 함.'
도현의 1차 카드는 두 사람의 직접 접촉을 영상에 잡아 학원 측에 사적 관계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 카드가 1차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만남을 피한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학원 시스템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증거였고, 그 회피의 의식적 정밀함이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충동 차원이 아니라 결의 차원에 있다는 의미였다.
이게 도현의 1차 칼이 빈손으로 돌아온 데 대한 도현의 첫 정리였다.
도현이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다른 탭을 열었다, 청람관 내부 네트워크 콘솔이었다.
이번 주 청람관 IP에서 오르비 도메인으로 향한 누적 접속 시간이 막대 그래프로 떠 있었다. 화요일에 짧은 막대 하나, 그 외의 날에는 막대가 없었다. 지난주에 비해 막대 수가 줄었다, 시우가 본관 보관함 접근을 줄였다는 의미였다.
도현이 그 막대를 한 번 더 봤다. 작성자 특정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화요일 막대 하나가 시우의 것인지 다른 학생의 것인지 콘솔은 답하지 않았다.
도현이 노트북을 닫았다. 노트의 마지막 줄에 한 가지를 더 적었다.
'학원장 처분 보류 권고. 시우 점수 405점으로 의심 강도 1단계 낮춤. 다음 주 추가 변동 관찰.'
도현이 노트를 덮었다. 의자에 등을 기댔다, 천장을 봤다. 천장 가운데에 형광등이 한 줄, 그 옆에 환기구가 두 개. 평범한 상담실 천장이었다.
도현이 잠시 그 천장을 보고 있었다. 시스템 대리인의 1차 카드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도현이 학원에서 일한 10년 동안 이 정도로 깨끗하게 비어 있는 결과는 처음이었다. 두 학생이 시스템을 의식적으로 우회하고 있고, 그 우회의 정밀함이 시스템보다 한 박자 빠르다는 의미였다.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원장실 쪽으로 걸었다. 1차 칼의 빈손을 학원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
오전 10시 18분. 학원장실.
도현이 학원장 앞에 노트와 영상 자료를 놓았다.
"지난주 자판기 사각 영상 0건. 두 학생 직접 접촉 0회 확인."
학원장이 영상 자료를 한 장 들었다, 봤다.
"한시우 학생 점수는요."
"이번 주 405점. 지난주 410에서 5점 자연 변동입니다."
"조작 의심 자료는요."
"새 답안지는 다음 주 모의고사 회수 후 확보 가능합니다. 이번 주는 별관 시험실에서 응시했고, 답안지는 도현 직속 감독관이 직접 회수했습니다. 분석 완료까지 3일 더 필요합니다."
학원장이 답안지 폴더를 들지 않았다.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도현을 봤다.
"...상담사 의견은요."
"한시우 학생 처분은 보류, 1차 자습실 분리는 유지. 한정수 변호사 매주 금요일 방문 조건도 유지. 사적 접촉 증거 확보 시점까지 학원 내 추가 조치는 보류 권고."
"서이안 학생은요."
"누적 평균 5위권 평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특별장학 박탈 확정. 4인실 이동 통보 진행 중입니다. 이건 자동 처분이라 학원장 결정 사항 외입니다."
"어머님 다음 주에 한 번 더 부르세요. 학비 청구 일정 안내."
"네."
학원장이 노트를 도현 쪽으로 밀었다.
"도현 상담사, 한 가지만."
"네."
"한시우 학생 405점이 자연 변동이라고 했죠."
"네."
"410에서 5점 빠지는 게 자연이라는 근거는요."
"청람관 모의고사 주간 표준 편차가 6점입니다. 5점 변동은 표준편차 안쪽이고, 평소 패턴과 일치합니다."
"그 평소 패턴이라는 게 한시우 학생의 진짜 평소 패턴인지, 만들어진 평소 패턴인지를 우리는 아직 구분하지 못해요."
도현이 답하지 않았다, 학원장이 더 말하지 않았다. 학원장이 노트를 도현 쪽으로 한 번 더 밀었다.
"보류, 일단."
"네."
도현이 노트를 들고 학원장실에서 나왔다. 복도가 비어 있었다, 11월의 햇살이 창문에서 들어와 복도 바닥에 노란 띠를 만들고 있었다. 한 주 전 어머니가 정문으로 나가는 모습을 이안이 본 그 노란 띠와 같은 띠였다.
도현이 그 노란 띠 안에 발을 한 번 댔다, 떼고 걸어 나갔다.
월요일 점심 12시 30분. 식당.
이안이 식당에서 식판을 받았다. 평소 자리에 앉으려는데 시우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본관 식당이었다. 시우가 1차 자습실 분리 학생이라 본관 식당에 못 들어오는 게 원칙이었지만, 오늘 시우가 들어왔다. 어떤 사정인지 이안이 알지 못했다.
시우가 식판을 받았다. 시우의 시선이 식당 안을 한 번 훑었다, 이안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이 1초 눈을 봤다, 시우가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이안도 시선을 거두었다.
시우가 식당 반대쪽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안과 시우 사이에 식당 전체가 있었다, 직선 거리로 15미터쯤이었다.
이안이 자기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하린이 옆에 와서 앉았다.
"...언니, 한시우 식당에 왔네."
"...어."
"분리됐는데."
"...몰라."
이안이 한 술을 떴다. 위장이 그것을 받지 않았다, 한 번 더 떠서 입에 넣었다. 음식의 맛이 없었다, 맛이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았다.
식당 반대쪽 끝에서 시우가 식사를 마쳤다. 시우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반납구 쪽으로 걸었다. 반납구는 이안의 자리에서 3미터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시우가 그 3미터를 지나가는 동안 이안 쪽을 보지 않았다.
식판을 반납한 시우가 식당 출구 쪽으로 걸었다. 출구 직전에 한 번 잠깐 멈췄다, 출구 옆 벽을 손으로 한 번 짚었다. 잡았던 손을 떼고 출구 밖으로 나갔다.
이안이 그 손이 짚었던 벽을 봤다. 시우가 손을 댄 자리에 작은 흔적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평범한 흰 벽이었다. 그래도 이안이 그 자리에서 시선을 거두는 데 5초가 걸렸다.
필통을 열었다. 사탕 두 알이 있었다, 어제 모의고사 점심 직전에 한 알을 꺼냈으니까 토요일 시점에 두 알이었고, 지금 두 알 그대로였다. 한 알을 꺼낼지 망설였다.
지금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빠르게 왔다. 시우가 식당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시우의 결심이었다, 시우가 도현의 시야 안에서 이안 쪽 식당에 한 번 얼굴을 비치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한 거였다. 그 결심의 의미를 이안이 자기 안쪽에서 정리하는 동안 사탕을 꺼낼 필요는 없었다.
이안이 필통을 닫았다. 식판을 마저 비웠다, 절반 정도 비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반납구로 갔다, 시우가 손을 짚었던 자리를 한 번 보지 않고 지나갔다.
월요일 밤. 이안이 4인실 짐을 옮기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저녁 9시. 1인실에서 4인실까지는 같은 층 복도 끝에서 끝까지였다, 짐을 두 번 옮기면 끝났다. 첫 번째 짐은 책과 노트류, 두 번째 짐은 옷과 세면도구. 하린이 한 번 같이 도와줬다.
4인실은 1인실보다 좁았다. 책상 네 개가 벽에 붙어 있었고, 침대 네 개가 2층으로 두 줄. 이안의 자리는 복도 쪽 책상, 침대는 위층. 하린의 자리는 이안의 옆 책상, 침대는 아래층.
다른 두 자리는 비어 있었다. 4인실에 룸메이트가 두 명만 들어와 있고, 두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운영된다고 도현이 통보했다. 이안과 하린이 두 자리에 들어왔다.
이안이 책상 위에 책을 정리했다. 옷장 안에 옷을 넣었다, 옷장은 1인실보다 작아서 평소 입던 옷의 절반만 들어갔다. 나머지 옷은 침대 옆 작은 사물함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책상 서랍을 정리했다. 서랍 안쪽 깊이가 1인실보다 짧았다, 안쪽까지 손이 들어갔다. 서랍 안에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이안이 종이를 들었다. 노트를 찢어낸 종이였다, 한쪽 모서리가 거칠게 잘려 있었다. 글씨가 적혀 있었다.
'수능 끝나면 너랑 같은 자리에 앉을게. 야자가 아닌 자리.'
이안의 손이 종이를 쥔 채 잠시 멈췄다. 종이를 한 번 더 봤다, 글씨가 시우의 글씨였다. 시우가 이 4인실 책상 서랍 안에 종이를 미리 넣어둔 거였다.
언제 넣었는지 이안이 빠르게 머릿속에서 그렸다. 시우가 1차 자습실 분리된 게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그 이전에 시우가 이안이 4인실로 옮길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 종이를 넣을 수 있었다. 이안의 4인실 이동은 이번 주 월요일 게시 이후 4일 내 통보였다, 시우가 그걸 미리 알았다면 시우가 도현 측 정보에 접근했거나, 시우가 이안의 누적 평균을 직접 계산해서 박탈을 예측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안이 종이를 한 번 더 봤다.
'수능 끝나면 너랑 같은 자리에 앉을게. 야자가 아닌 자리.'
야자가 아닌 자리. 청람관의 12번 자리와 31번 자리는 야자의 자리였다, 야자가 아닌 자리는 청람관 밖의 자리였다. 시우가 청람관 밖의 시간을 약속하고 있었다, 청람관의 사각이 사라지는 시점에 청람관 외부의 시간을 미리 약속한 신호였다.
이안이 종이를 책상 서랍 안에 다시 넣었다, 깊이 넣었다. 서랍을 닫았다.
침대 위층으로 올라가 누웠다. 천장이 1인실보다 가까웠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이안이 손을 뻗지 않았다, 그냥 천장을 봤다.
하린이 아래층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끌어 올렸다.
"...언니."
"응."
"새 방, 좀 좁네."
"...어."
"근데 둘이 같이 있으니까 괜찮은 거 같아."
"...어."
하린이 더 말하지 않았다. 이안이 천장을 보면서 시우의 종이 한 줄을 한 번 더 안쪽에서 반복했다.
'야자가 아닌 자리.'
시우가 이미 야자 이후의 시간을 보고 있었다. 1차 자습실 분리도, 한정수 변호사의 방문도, 도현의 카메라 각도 조정도, 이안의 4인실 이동도 모두 야자 시간 안의 일이었다. 야자가 끝나는 시점, 즉 수능이 끝나는 시점에 시우가 이안과 함께 앉을 자리를 미리 정해두고 있었다.
이안이 천장을 본 채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또 한 번 시작됐다, 그래도 눈을 감았다.
새 방의 천장이 가까웠다, 가까운 천장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1년 동안 1인실 천장을 봐온 이안의 시야에는 4인실 천장이 처음이었지만, 그 처음의 천장이 이상하게 익숙한 이유가 어디서 오는지 이안이 알 것 같았다.
시우의 종이 한 줄이 가까운 천장 같았다. 가까이 있어서 익숙한 게 아니라, 익숙해질 자리에 종이가 미리 와 있어서 가까운 천장이 익숙해 보이는 거였다.
이안이 눈을 감은 채 한 번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불 안의 손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손가락이 깍지를 끼었다. 깍지 낀 손이 따뜻했다.
11월의 청람관, 4인실, 위층 침대. 이안의 손이 자기 손과 깍지를 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