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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8화 비 오는 외출일

첫 지정 외출일에 비가 왔다.

서윤은 약국 앞 처마 밑에서 엄마 약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우산은 기숙동 사물함에 있었다.

당연히 잊고 왔다.

더 정확히는, 자습실을 나설 때 이준이 보는 바람에 우산 생각을 못 했다.

"한서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이준이었다.

그는 검은 우산을 들고 있었다.

"왜 여기 있어?"

"약 사러."

"우산은?"

"없어."

"기다려."

"누구를?"

이준은 대답하지 않고 우산을 펼쳤다.

둘이 들어가기에는 넓지 않았다.

서윤은 일부러 우산 끝으로 붙었다.

이준도 반대쪽으로 갔다.

그래서 둘 다 젖었다.

"이럴 거면 같이 쓰는 의미가 없잖아."

"네가 너무 떨어지니까."

"네가 먼저 떨어졌거든."

이준은 우산 손잡이를 가운데로 옮겼다.

두 사람의 어깨가 닿았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숨 쉬어."

"너나 쉬어."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은 짧았다.

그런데 너무 길었다.

버스에 타기 직전, 서윤은 자기 교복 소매를 봤다.

왼쪽만 젖어 있었다.

이준의 오른쪽 소매도 젖어 있었다.

하린은 버스 안에서 두 사람을 보더니 바로 말했다.

"우산 같이 썼네."

"비 와서."

서윤이 말했다.

하린은 두 사람의 젖은 소매를 번갈아 봤다.

"비는 양쪽에서 왔냐?"

서윤은 창밖을 봤다.

버스 유리에 이준이 비쳤다.

그도 웃음을 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