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은 원래 잘 웃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웃지 않았다.
"너 차이준 좋아해?"
질문이 너무 빨랐다.
서윤은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미쳤어?"
"그 반응은 아니란 뜻이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럼 왜 걔가 네 답장을 대신 써?"
서윤은 굳었다.
하린은 봤다.
언제나처럼, 봐서는 안 되는 걸 제일 먼저 봤다.
"공기계?"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너 그거 들키면 퇴소 심의야."
"알아."
"아는데 차이준한테 줬어?"
"급했어."
"급한 게 아니라 믿은 거겠지."
서윤은 말문이 막혔다.
하린은 단어장을 닫았다.
"나 사실 차이준 괜찮다고 생각했어."
서윤의 손이 멈췄다.
"아."
"근데 오늘 보니까 알겠더라."
"뭘."
"걔가 나한테는 안 그러겠구나."
하린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눈은 가볍지 않았다.
서윤은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다.
하린이 먼저 말했다.
"미안해하지 마.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야."
"그래. 아닌데."
하린은 서윤의 물병을 가리켰다.
"왜 라벨 또 못 뜯었냐."
그날 밤, 서윤은 자습실에서 이준의 등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안 보려고 할수록 더 보였다.
자습 종료 후, 이준이 쪽지를 넘겼다.
`하린한테 들켰어?`
서윤은 썼다.
`네가 더 문제야.`
잠시 뒤 쪽지가 돌아왔다.
`알아. 그래서 못 봤어.`
`뭘?`
`네가 울 것 같은 얼굴.`
서윤은 쪽지를 접었다.
그 얼굴을 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못 본 척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게 더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