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목차
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7화 하린은 웃지 않았다

하린은 원래 잘 웃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웃지 않았다.

"너 차이준 좋아해?"

질문이 너무 빨랐다.

서윤은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미쳤어?"

"그 반응은 아니란 뜻이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럼 왜 걔가 네 답장을 대신 써?"

서윤은 굳었다.

하린은 봤다.

언제나처럼, 봐서는 안 되는 걸 제일 먼저 봤다.

"공기계?"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너 그거 들키면 퇴소 심의야."

"알아."

"아는데 차이준한테 줬어?"

"급했어."

"급한 게 아니라 믿은 거겠지."

서윤은 말문이 막혔다.

하린은 단어장을 닫았다.

"나 사실 차이준 괜찮다고 생각했어."

서윤의 손이 멈췄다.

"아."

"근데 오늘 보니까 알겠더라."

"뭘."

"걔가 나한테는 안 그러겠구나."

하린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눈은 가볍지 않았다.

서윤은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다.

하린이 먼저 말했다.

"미안해하지 마.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야."

"그래. 아닌데."

하린은 서윤의 물병을 가리켰다.

"왜 라벨 또 못 뜯었냐."

그날 밤, 서윤은 자습실에서 이준의 등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안 보려고 할수록 더 보였다.

자습 종료 후, 이준이 쪽지를 넘겼다.

`하린한테 들켰어?`

서윤은 썼다.

`네가 더 문제야.`

잠시 뒤 쪽지가 돌아왔다.

`알아. 그래서 못 봤어.`

`뭘?`

`네가 울 것 같은 얼굴.`

서윤은 쪽지를 접었다.

그 얼굴을 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못 본 척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게 더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