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빌보드가 붙은 날, 식당 앞 복도는 사람들로 꽉 찼다.
차이준은 당연히 맨 위에 있었다.
S반 1위.
기숙 전체 1위.
그런데 이준은 자기 이름을 오래 보지 않았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서윤은 사람들 뒤에 숨어 있었다.
`A반 한서윤 43위`
생각보다 높았다.
작년 수능 이후 처음으로 이름이 무언가에 제대로 걸린 느낌이었다.
서윤이 그 줄을 보고 있을 때, 형광펜이 옆에서 들어왔다.
이준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윤의 이름 아래에 얇은 노란 줄을 그었다.
"뭐 하는 거야?"
"잘 보이라고."
"네 이름이나 봐."
"봤어."
"1위라 좋겠네."
"너 이름 찾는 게 더 어려웠어."
말이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더 이상했다.
서윤은 물병을 잡았다. 라벨 끝이 손톱 아래에 걸렸다.
하린이 뒤에서 모든 걸 보고 있었다.
"차이준."
하린이 불렀다.
이준이 돌아봤다.
"너 원래 남 이름에 형광펜 쳐?"
이준은 안경다리를 만지려다 멈췄다.
"처음 해."
그 대답 뒤로 복도 소리가 잠깐 죽었다.
서윤은 형광펜 줄을 봤다.
자기 이름이 빌보드 위에서 너무 밝았다.
그날 밤, 서윤은 하린에게 물었다.
"너도 봤어?"
"봤지."
"별거 아니지?"
하린은 단어장을 덮었다.
"별거 아닌 애가 남 이름에 줄 긋고, 별거 아닌 애가 그걸 하루 종일 보고 있냐?"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물병 라벨은 이번에도 끝까지 뜯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