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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5화 빌보드보다 먼저 본 이름

첫 빌보드가 붙은 날, 식당 앞 복도는 사람들로 꽉 찼다.

차이준은 당연히 맨 위에 있었다.

S반 1위.

기숙 전체 1위.

그런데 이준은 자기 이름을 오래 보지 않았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서윤은 사람들 뒤에 숨어 있었다.

`A반 한서윤 43위`

생각보다 높았다.

작년 수능 이후 처음으로 이름이 무언가에 제대로 걸린 느낌이었다.

서윤이 그 줄을 보고 있을 때, 형광펜이 옆에서 들어왔다.

이준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윤의 이름 아래에 얇은 노란 줄을 그었다.

"뭐 하는 거야?"

"잘 보이라고."

"네 이름이나 봐."

"봤어."

"1위라 좋겠네."

"너 이름 찾는 게 더 어려웠어."

말이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더 이상했다.

서윤은 물병을 잡았다. 라벨 끝이 손톱 아래에 걸렸다.

하린이 뒤에서 모든 걸 보고 있었다.

"차이준."

하린이 불렀다.

이준이 돌아봤다.

"너 원래 남 이름에 형광펜 쳐?"

이준은 안경다리를 만지려다 멈췄다.

"처음 해."

그 대답 뒤로 복도 소리가 잠깐 죽었다.

서윤은 형광펜 줄을 봤다.

자기 이름이 빌보드 위에서 너무 밝았다.

그날 밤, 서윤은 하린에게 물었다.

"너도 봤어?"

"봤지."

"별거 아니지?"

하린은 단어장을 덮었다.

"별거 아닌 애가 남 이름에 줄 긋고, 별거 아닌 애가 그걸 하루 종일 보고 있냐?"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물병 라벨은 이번에도 끝까지 뜯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