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 심의는 행정동 2층 상담실에서 열렸다.
아침부터 학원 전체가 평소보다 조용했다.
조식 줄에서 김치통 뚜껑 닫히는 소리까지 크게 들렸다. S반 애들은 이준을 보지 않는 척했고, A반 애들은 서윤을 보는 척하지 않았다.
외면도 시선이었다.
서윤과 이준은 상담실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의자 하나 간격.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
요즘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린은 맞은편에 서 있었다.
"손 떨려."
서윤은 자기 손을 봤다.
진짜 떨리고 있었다.
하린이 말했다.
"이번엔 휴대폰보다 손이 먼저 들키겠네."
서윤은 웃다가 울 뻔했다.
상담실 문이 열렸다.
생활지도부장이 물었다.
"한서윤 학생. 점호 후 이동을 인정하나?"
"네."
"차이준 학생을 만나러 간 건가?"
서윤은 숨을 들이마셨다.
"네."
이준의 손이 움직였다.
서윤은 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신 말하게 하지 않기로 했다.
"공기계 때문인가?"
"아니요."
대답은 생각보다 빨랐다.
빠르지만 도망은 아니었다.
이준 차례가 왔다.
"차이준 학생. 장학 조건이 걸린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네."
"이유는?"
이준은 잠깐 침묵했다.
"제가 멈추지 못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무엇을."
"한서윤 학생을 걱정하는 걸요."
생활지도부장은 진술서를 넘겼다.
"진술서에는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썼던데."
서윤의 귀가 뜨거워졌다.
이준은 도망가지 않았다.
"네."
"지금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네."
고백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고백보다 더 책임이 무거운 대답이었다.
생활지도부장은 서류 한 장을 더 넘겼다.
`장학 유지 심사 의견서`
그 아래에는 이준의 이름이 있었다.
서윤은 그 종이를 보자마자 식당 앞 빌보드가 떠올랐다.
S반 차이준 4위.
장학 조건은 3위까지.
생활지도 사안 병합 검토.
전부 이미 본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상담실 책상 위에 놓이자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생활비처럼 보였다.
생활지도부장이 물었다.
"차이준 학생. 장학 감액 가능성 알고 있나?"
"네."
"그래도 진술을 바꾸지 않겠나?"
이준은 서윤을 보지 않았다.
보면 대신 말하게 될까 봐 그러는 것 같았다.
"바꾸지 않겠습니다."
생활지도부장은 이번에는 서윤 쪽 서류를 봤다.
`보호자 동석 통화 전환 신청`
엄마 병원 연락 때문에 쓴 신청서였다.
"한서윤 학생. 보호자에게도 설명해야 한다. 오늘 밤 행정실 통화 시간에 연결할 수 있나?"
서윤은 목이 말랐다.
엄마에게 말하는 일이 퇴소 심의보다 덜 무서울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네."
"숨기지 않고?"
서윤은 자기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휴대폰도, 공기계도, 쪽지도 없었다.
"네. 제가 말하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하린이 들어왔다.
참고 진술 학생.
하린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저는 둘이 잘못한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윤은 하린을 봤다.
"근데 둘이 가볍게 논 건 아니었습니다. 둘 다 자기 사정 때문에 공기계를 숨겼고, 그 뒤에는 서로 좋아하는 걸 아닌 척하느라 계속 더 위험한 선택을 했습니다."
생활지도부장이 물었다.
"학생은 왜 그렇게 판단하지?"
하린은 서윤을 보지 않고 말했다.
"제가 제일 먼저 질투했고, 제일 오래 봤으니까요."
상담실 공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저는 둘이 퇴소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못해서가 아니라, 이번엔 숨기지 않았으니까요."
심의가 끝나고 복도에서 하린은 말했다.
"미안. 세게 말했다."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맞는 말이었어."
이준도 말했다.
"고마워."
하린은 어색하게 웃었다.
"수능 전에는 사고 치지 마. 진짜로."
상담실 문이 열렸다.
세라 조교가 말했다.
"들어와."
서윤과 이준은 같은 속도로 일어났다.
이번에는 어느 쪽도 먼저 숨지 않았다.
의자 하나 간격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치는 거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