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에는 칸이 있었다.
`위반 사유`
서윤은 그 칸을 오래 봤다.
공기계 확인.
상담 필요.
착오.
쓸 수 있는 말은 많았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생활지도실은 밤에도 밝았다.
밝아서 더 숨을 곳이 없었다.
창밖으로는 기숙동 불이 줄줄이 꺼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반납 확인서와 벌점표가 같이 놓여 있었다. 서윤은 그 종이들이 자기보다 더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게 싫었다.
세라 조교가 말했다.
"이번엔 핑계가 없지?"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준도 말했다.
"없습니다."
"그럼 왜 갔어?"
생활지도실이 조용했다.
서윤은 펜을 잡았다.
"확인하려고 갔습니다."
"뭘."
이준이 먼저 말했다.
"공기계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요."
세라 조교의 펜이 멈췄다.
서윤은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말은 고백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활지도실에서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말이었다.
서윤도 썼다.
`공기계 때문에 만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줄은 비웠다.
더 쓰면 정말 고백이 될 것 같았다.
세라 조교가 물었다.
"빈칸으로 둘 거야?"
서윤은 펜 끝을 봤다.
좋아한다고 쓰면 모든 게 너무 가벼워질까 봐 무서웠다.
규정을 어긴 이유가 감정이면, 감정이 핑계가 될까 봐.
하린이 문 옆에서 말했다.
"빈칸도 핑계야."
서윤은 고개를 들었다.
하린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직 화난 얼굴이었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은 얼굴이었다.
서윤은 다시 진술서를 봤다.
그리고 썼다.
`좋아하는 마음을 핑계로 규정을 어겼습니다.`
손이 떨렸다.
이준의 펜도 움직였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고 더 위험하게 행동했습니다.`
세라 조교는 두 사람의 진술서를 걷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벌점보다 무서웠다.
"벌점은 들어간다."
"네."
"퇴소 심의도 열린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듣는 건 달랐다.
이준이 말했다.
"장학 심사에도 들어갑니까?"
"들어가겠지."
"알겠습니다."
서윤은 이준을 봤다.
그는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생활지도실 밖으로 나오자 하린이 먼저 말했다.
"이번엔 뭐라고 썼는지 안 물어봐도 되겠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한숨을 쉬었다.
"벌점보다 무서운 걸 썼네."
맞았다.
진술서의 문장이 제일 무서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빈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