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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22화 벌점보다 무서운 것

진술서에는 칸이 있었다.

`위반 사유`

서윤은 그 칸을 오래 봤다.

공기계 확인.

상담 필요.

착오.

쓸 수 있는 말은 많았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생활지도실은 밤에도 밝았다.

밝아서 더 숨을 곳이 없었다.

창밖으로는 기숙동 불이 줄줄이 꺼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반납 확인서와 벌점표가 같이 놓여 있었다. 서윤은 그 종이들이 자기보다 더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게 싫었다.

세라 조교가 말했다.

"이번엔 핑계가 없지?"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준도 말했다.

"없습니다."

"그럼 왜 갔어?"

생활지도실이 조용했다.

서윤은 펜을 잡았다.

"확인하려고 갔습니다."

"뭘."

이준이 먼저 말했다.

"공기계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요."

세라 조교의 펜이 멈췄다.

서윤은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말은 고백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활지도실에서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말이었다.

서윤도 썼다.

`공기계 때문에 만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줄은 비웠다.

더 쓰면 정말 고백이 될 것 같았다.

세라 조교가 물었다.

"빈칸으로 둘 거야?"

서윤은 펜 끝을 봤다.

좋아한다고 쓰면 모든 게 너무 가벼워질까 봐 무서웠다.

규정을 어긴 이유가 감정이면, 감정이 핑계가 될까 봐.

하린이 문 옆에서 말했다.

"빈칸도 핑계야."

서윤은 고개를 들었다.

하린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직 화난 얼굴이었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은 얼굴이었다.

서윤은 다시 진술서를 봤다.

그리고 썼다.

`좋아하는 마음을 핑계로 규정을 어겼습니다.`

손이 떨렸다.

이준의 펜도 움직였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고 더 위험하게 행동했습니다.`

세라 조교는 두 사람의 진술서를 걷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벌점보다 무서웠다.

"벌점은 들어간다."

"네."

"퇴소 심의도 열린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듣는 건 달랐다.

이준이 말했다.

"장학 심사에도 들어갑니까?"

"들어가겠지."

"알겠습니다."

서윤은 이준을 봤다.

그는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생활지도실 밖으로 나오자 하린이 먼저 말했다.

"이번엔 뭐라고 썼는지 안 물어봐도 되겠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한숨을 쉬었다.

"벌점보다 무서운 걸 썼네."

맞았다.

진술서의 문장이 제일 무서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빈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