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호 후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여자 기숙동 복도 불이 하나씩 꺼졌다.
샤워실 쪽 습기는 아직 빠지지 않았고, 세면대 앞에는 누가 흘린 치약 거품이 말라 있었다. 침대 철제 프레임이 삐걱거리는 소리, 누군가 이불 속에서 몰래 우는 소리, 조교가 복도 끝에서 문고리를 확인하는 소리가 차례로 지나갔다.
서윤은 누워 있지 못했다.
하린이 옆 침대에서 말했다.
"갈 거지."
"..."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갈 거지."
서윤은 천장을 봤다.
"나 진짜 바보 같아."
"응."
"위로 안 해?"
"위로하면 네가 덜 바보 같아져?"
서윤은 작게 웃었다.
하린은 이불을 걷고 앉았다.
"5분."
"뭐?"
"5분 뒤에 안 돌아오면 내가 세라 조교 부를 거야."
"하린아."
"네가 나한테 솔직하기로 했잖아. 나도 솔직하게 해줄게. 나는 아직 속상하고, 걱정되고, 너희 둘 보면 짜증나. 근데 네가 혼자 망하는 건 더 싫어."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고마워하지 말고 뛰어. 5분이야."
세탁실 앞에 이준이 서 있었다.
그는 서윤을 보자마자 웃지 못했다.
"왜 왔어?"
서윤이 물었다.
이준도 같은 말을 했다.
"왜 왔어."
둘 다 대답을 알고 있었다.
공기계는 반납했다.
연락할 이유는 없었다.
진술서를 고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왔다.
이준이 먼저 말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려고."
"뭘."
"공기계 때문이었는지."
서윤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니면?"
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탁실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처음 만난 밤처럼 세제 냄새가 났다.
서윤은 문틈을 봤다.
"나 이제 핑계 없어."
"나도."
"그럼 가야지."
"응."
둘 다 움직이지 않았다.
이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이번에는 손목을 잡지 않았다.
잡지 않아서 더 떨렸다.
"한서윤."
"응."
"수능 전에는."
그가 말을 멈췄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근데."
"응."
"말 안 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서윤은 이준을 똑바로 봤다.
"그럼 없애려고 하지 마."
그 순간 세탁실 문이 완전히 열렸다.
세라 조교가 서 있었다.
손전등 불빛이 두 사람 사이를 비췄다.
둘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닫히지 않은 문과, 서로를 보던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세라 조교 뒤로 하린이 서 있었다.
숨이 찬 얼굴이었다.
약속한 5분이 지난 것이다.
세라 조교가 말했다.
"둘 다 생활지도실로 와."
서윤은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준도 먼저 변명하지 않았다.
하린은 서윤을 보며 아주 작게 말했다.
"살리려고 부른 거야."
세탁실 문은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그 열린 문 때문에, 이번에는 아무도 혼자 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