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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20화 반납함 앞의 고백 아님

서윤은 공기계를 반납하기로 했다.

엄마 병원 연락은 행정실 동석 통화로 바꾸겠다고 신청서를 썼다.

이준도 동생 연락 예외 신청서를 썼다.

행정실 앞 게시판에는 통화 가능 시간이 붙어 있었다.

`12:40~13:00`

`21:40~22:00`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

정해진 말.

기숙학원은 걱정에도 시간표를 붙였다.

두 사람은 생활지도실 앞 반납함 앞에 나란히 섰다.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

`전자기기 자진 반납`

서윤은 공기계를 넣으려 했다.

손이 멈췄다.

이준도 멈췄다.

세라 조교가 말했다.

"왜 안 넣어?"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공기계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이 전화가 없어지면, 밤마다 몰래 만나야 할 이유도 하나 줄어들었다.

엄마 연락도, 동생 연락도, 세탁실도, 비상구도.

핑계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남는 건 좋아한다는 말뿐이었다.

그게 제일 무서웠다.

이준이 먼저 공기계를 넣었다.

탁.

작은 소리였다.

그런데 크게 들렸다.

서윤도 넣었다.

탁.

두 기계가 투명한 박스 안에서 나란히 닿았다.

화면은 꺼져 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둘이 아직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라 조교는 확인서를 내밀었다.

"좋아. 오늘부터 둘 다 행정실 통화만 가능."

"네."

"그리고 둘이 점호 후에 또 만나면 퇴소 심의야."

그 말에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세라 조교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만날 생각이 있었나?"

"아니요."

서윤이 너무 빨리 말했다.

이준도 너무 늦게 말했다.

"아닙니다."

세라 조교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규정은 대답 속도도 기록하지는 않아. 다행으로 알아."

생활지도실을 나와서 서윤은 말했다.

"방금 너무 늦었어."

"너는 너무 빨랐어."

"우린 진짜..."

사귀는 게 아니라고 말하려던 입이 멈췄다.

이준이 물었다.

"진짜 뭐."

서윤은 공기계가 사라진 빈손을 쥐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기 싫어졌어."

이준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가 손목시계를 만졌다.

진심을 참을 때의 버릇.

"나도."

두 글자였다.

고백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백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반납함 안의 두 공기계가 너무 조용했다.

그날 밤 하린은 서윤에게 물었다.

"그래서 핑계 없어졌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뭐로 만날 건데?"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하린은 단어장을 덮었다.

"대답 못 하는 게 대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