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공기계를 반납하기로 했다.
엄마 병원 연락은 행정실 동석 통화로 바꾸겠다고 신청서를 썼다.
이준도 동생 연락 예외 신청서를 썼다.
행정실 앞 게시판에는 통화 가능 시간이 붙어 있었다.
`12:40~13:00`
`21:40~22:00`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
정해진 말.
기숙학원은 걱정에도 시간표를 붙였다.
두 사람은 생활지도실 앞 반납함 앞에 나란히 섰다.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
`전자기기 자진 반납`
서윤은 공기계를 넣으려 했다.
손이 멈췄다.
이준도 멈췄다.
세라 조교가 말했다.
"왜 안 넣어?"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공기계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이 전화가 없어지면, 밤마다 몰래 만나야 할 이유도 하나 줄어들었다.
엄마 연락도, 동생 연락도, 세탁실도, 비상구도.
핑계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남는 건 좋아한다는 말뿐이었다.
그게 제일 무서웠다.
이준이 먼저 공기계를 넣었다.
탁.
작은 소리였다.
그런데 크게 들렸다.
서윤도 넣었다.
탁.
두 기계가 투명한 박스 안에서 나란히 닿았다.
화면은 꺼져 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둘이 아직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라 조교는 확인서를 내밀었다.
"좋아. 오늘부터 둘 다 행정실 통화만 가능."
"네."
"그리고 둘이 점호 후에 또 만나면 퇴소 심의야."
그 말에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세라 조교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만날 생각이 있었나?"
"아니요."
서윤이 너무 빨리 말했다.
이준도 너무 늦게 말했다.
"아닙니다."
세라 조교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규정은 대답 속도도 기록하지는 않아. 다행으로 알아."
생활지도실을 나와서 서윤은 말했다.
"방금 너무 늦었어."
"너는 너무 빨랐어."
"우린 진짜..."
사귀는 게 아니라고 말하려던 입이 멈췄다.
이준이 물었다.
"진짜 뭐."
서윤은 공기계가 사라진 빈손을 쥐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기 싫어졌어."
이준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가 손목시계를 만졌다.
진심을 참을 때의 버릇.
"나도."
두 글자였다.
고백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백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반납함 안의 두 공기계가 너무 조용했다.
그날 밤 하린은 서윤에게 물었다.
"그래서 핑계 없어졌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뭐로 만날 건데?"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하린은 단어장을 덮었다.
"대답 못 하는 게 대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