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실은 세제 냄새가 났다.
처음 보는 사람과 너무 가까이 서 있기에는 이상하게 생활감 있는 냄새였다.
서윤은 손목을 문질렀다.
"놓으라고 말할 시간도 없었어."
"말했으면 순찰한테 들켰어."
"그래서 고맙다고 해야 해?"
"아니."
이준은 세탁기 위에 자기 공기계를 올려놓았다.
"나도 숨겼다는 거 보여주려고."
낡은 기계였다. 화면 귀퉁이가 깨져 있었다.
서윤은 어이없어서 웃었다.
"빌보드 1위도 이런 짓 해?"
"빌보드 1위라서 해."
"무슨 뜻이야?"
"걸리면 더 크게 떨어지니까."
대답은 차가웠다.
그런데 이준의 손은 차갑지 않았다. 방금 전 손목을 잡았던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서윤은 자기 공기계를 꺼냈다.
"엄마 병원 연락 때문에야."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왜 처음 본 애한테 이걸 말했지.
이준은 비웃지 않았다.
"난 동생."
그것만 말했다.
그 짧은 말이 이상하게 충분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서윤은 세탁기 사이로 숨으려 했고, 이준은 문 뒤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선이 겹쳤다.
서윤의 어깨가 이준의 가슴에 닿았다.
둘 다 숨을 멈췄다.
문틈으로 손전등 불빛이 지나갔다.
이준의 손이 서윤의 어깨 뒤 벽을 짚었다. 닿지 않으려는 손이었다.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조교가 지나간 뒤에도 둘은 바로 떨어지지 못했다.
서윤이 먼저 말했다.
"너 숨 안 쉬어?"
"너도 안 쉬는데."
"나 때문 아니야."
"나도 너 때문 아닌데."
거짓말이었다.
둘 다 알았다.
방으로 돌아온 서윤은 침대에 누웠다.
하린이 중얼거렸다.
"세제 냄새."
서윤은 굳었다.
"뭐?"
"너한테 세제 냄새 나."
하린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근데 웃기다. 남자 기숙동 세탁실 냄새랑 같은 거 같네."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세제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