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목차
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2화 세탁실 문 뒤의 숨

세탁실은 세제 냄새가 났다.

처음 보는 사람과 너무 가까이 서 있기에는 이상하게 생활감 있는 냄새였다.

서윤은 손목을 문질렀다.

"놓으라고 말할 시간도 없었어."

"말했으면 순찰한테 들켰어."

"그래서 고맙다고 해야 해?"

"아니."

이준은 세탁기 위에 자기 공기계를 올려놓았다.

"나도 숨겼다는 거 보여주려고."

낡은 기계였다. 화면 귀퉁이가 깨져 있었다.

서윤은 어이없어서 웃었다.

"빌보드 1위도 이런 짓 해?"

"빌보드 1위라서 해."

"무슨 뜻이야?"

"걸리면 더 크게 떨어지니까."

대답은 차가웠다.

그런데 이준의 손은 차갑지 않았다. 방금 전 손목을 잡았던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서윤은 자기 공기계를 꺼냈다.

"엄마 병원 연락 때문에야."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왜 처음 본 애한테 이걸 말했지.

이준은 비웃지 않았다.

"난 동생."

그것만 말했다.

그 짧은 말이 이상하게 충분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서윤은 세탁기 사이로 숨으려 했고, 이준은 문 뒤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선이 겹쳤다.

서윤의 어깨가 이준의 가슴에 닿았다.

둘 다 숨을 멈췄다.

문틈으로 손전등 불빛이 지나갔다.

이준의 손이 서윤의 어깨 뒤 벽을 짚었다. 닿지 않으려는 손이었다.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조교가 지나간 뒤에도 둘은 바로 떨어지지 못했다.

서윤이 먼저 말했다.

"너 숨 안 쉬어?"

"너도 안 쉬는데."

"나 때문 아니야."

"나도 너 때문 아닌데."

거짓말이었다.

둘 다 알았다.

방으로 돌아온 서윤은 침대에 누웠다.

하린이 중얼거렸다.

"세제 냄새."

서윤은 굳었다.

"뭐?"

"너한테 세제 냄새 나."

하린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근데 웃기다. 남자 기숙동 세탁실 냄새랑 같은 거 같네."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세제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