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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17화 세탁실 CCTV 원본

세탁실 CCTV 원본 확인 공지가 붙었다.

그 아래에는 생활지도실 호출 명단이 있었다.

한서윤.

차이준.

두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복도는 바로 조용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시끄러워졌다.

"이번엔 CCTV래."

"계단참도 봤다며."

"차이준 진짜 장학 날아가는 거 아냐?"

서윤은 종이를 보자마자 손목이 아팠다.

첫날 밤.

문 뒤.

이준의 손.

자기 손목.

그리고 어젯밤 계단참.

같은 장면이 다른 장소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서윤은 공지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하린 뒤로 숨었을 것이다. 아니면 이준이 먼저 무언가를 말할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한서윤 때문 아니야?"

누군가 다시 말했다.

서윤은 그쪽을 봤다.

S반 남자애 둘이 바로 시선을 피했다. 피하는 시선도 말이었다.

이준이 입을 열려 했다.

서윤이 먼저 말했다.

"내가 간 거야."

복도가 조용해졌다.

말하고 나니 손이 더 떨렸다. 그래도 서윤은 손을 등 뒤로 숨기지 않았다.

"첫날 밤도 내가 갔고, 어제 계단참도 내가 불렀어. 차이준 혼자 만든 일 아니야."

"그럼 사귀는 거야?"

누군가 물었다.

그 질문은 쉬웠다.

아니라고 하면 조금 덜 시끄러워질 수 있었다. 맞다고 하면 모든 게 너무 빨리 무너질 수 있었다.

서윤은 공지 아래 붙은 두 이름을 봤다.

한서윤.

차이준.

"그건 너희한테 말할 일이 아니야."

목소리는 작았다.

그래도 복도 끝까지 갔다.

"생활지도실에 말할 거야."

하린이 서윤을 봤다.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세라 조교는 두 사람을 생활지도실로 불렀다.

방 안에는 작은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22시 31분. 세탁실 앞."

화면이 멈췄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CCTV에는 공기계가 찍혀 있지 않았다.

대신 이준이 서윤의 손목을 잡아 안으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너무 선명했다.

세라 조교가 리모컨을 눌렀다.

화면이 몇 초 더 움직였다.

서윤은 그때 처음 봤다.

이준이 손을 놓은 뒤에도, 자신이 바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손목을 한 번 내려다보고, 이준을 올려다봤다는 것을.

세라 조교가 말했다.

"이건 무단 이동이고, 이성 접촉으로 볼 수도 있어."

서윤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준이 바로 말했다.

"순찰 피하려고 제가 잡았습니다."

"차이준 학생."

"한서윤 학생은..."

"아니요."

서윤이 끊었다.

"저도 안 뺐어요."

생활지도실이 조용해졌다.

이준이 서윤을 봤다.

서윤은 모니터를 보았다.

정지 화면 속 자신은 분명히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뒤의 몇 초는, 변명하기 더 어려웠다.

세라 조교는 펜을 내려놓았다.

"둘 다 진술서 써."

진술서 칸은 작았다.

서윤은 첫 줄에 썼다.

`점호 후 세탁실에 간 것은 제 책임입니다.`

그 다음 줄에서 손이 멈췄다.

왜 손을 빼지 않았는가.

왜 그 뒤에도 물러나지 않았는가.

그건 진술서에 쓰기 어려웠다.

이준의 종이도 멈춰 있었다.

두 사람의 빈칸은, 같은 이유로 비어 있었다.

생활지도실 밖으로 나오자 하린이 서 있었다.

그녀는 서윤보다 먼저 모니터 속 장면을 본 사람처럼 말했다.

"너희 이제 아니라고 못 하겠다."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하린의 말이 벌점보다 먼저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