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목차
점호 후에는 고백 금지

16화 점호 5분 전

이준의 시계는 하루 종일 서윤의 책상 위에 있었다.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숨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린은 그 시계를 한 번 보고, 서윤을 한 번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힘들었다.

점심시간 식당은 더 시끄러웠다.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차이준 시계 한서윤한테 있다며."

"둘이 진짜 뭐냐."

"아니면 왜 그런 걸 맡겨."

서윤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하린이 낮게 말했다.

"지금 일어나면 네가 인정하는 거야."

"이미 다 인정한 것처럼 말하잖아."

"그래도 네 입으로 안 하면 버틸 수 있어."

그 말에 서윤은 하린을 봤다.

"너는?"

하린의 손이 멈췄다.

"너는 버틸 수 있어?"

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야자 2차 전, 이준이 쪽지를 보냈다.

`시계 돌려줘.`

서윤은 썼다.

`직접 와.`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런데 이준은 왔다.

점호 5분 전.

여자 기숙동으로 이어지는 계단참.

가장 위험하고, 가장 애매한 시간.

서윤은 시계를 내밀었다.

이준은 받지 않았다.

"왜 직접 오라고 했어?"

"네 거니까."

"그게 다야?"

질문이 너무 가까웠다.

서윤은 한 걸음 물러났다.

이준이 한 걸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게 더 힘들었다.

"차이준."

"응."

"너 나 피하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고, 그런 애매한 거 하지 마."

"그럼 뭘 해."

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고백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수능도, 장학도, 벌점도, 엄마도, 동생도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서윤은 시계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네가 나 때문에 망하는 건 싫어."

이준이 대답했다.

"나는 네가 나 때문에 숨는 게 싫어."

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동시에 벽 쪽으로 붙었다.

이준의 손이 서윤의 어깨 뒤 벽을 짚었다.

처음 세탁실 문 뒤처럼.

이번에는 숨을 곳이 없었다.

지나가던 학생 둘이 아래층에서 웃으며 말했다.

"방금 누구야?"

"차이준 아냐?"

서윤은 숨을 참았다.

이준은 손을 떼지 못했다.

점호 방송이 울렸다.

이준은 겨우 시계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접힌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읽지 마."

"왜 줘?"

"못 버리겠어서."

서윤은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불이 꺼진 뒤에야 쪽지를 폈다.

`네가 아니라고 말하라면 말할 수 있는데, 그러면 내가 거짓말이 돼.`

서윤은 쪽지를 다시 접었다.

읽지 말라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읽으면 잠을 못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계단참 목격담이 빌보드보다 먼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