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빌보드가 붙는 날, 식당 앞 복도는 아침부터 축축했다.
비가 온 것도 아닌데 바닥이 젖어 있었다. 누군가 급하게 닦은 우유 자국, 조식 줄에서 흘린 국물, 슬리퍼 바닥에 묻은 세탁실 물기까지 섞여 있었다.
기숙학원은 늘 깨끗한 척했지만, 사람 사는 냄새는 숨기지 못했다.
서윤은 그 복도 한가운데서 자기 이름을 찾지 못했다.
아니.
찾지 않았다.
먼저 찾은 건 차이준이었다.
`S반 차이준 4위`
`기숙 전체 4위`
1위가 아니었다.
장학 조건은 3위까지였다.
그 줄을 본 순간, 서윤은 자기 성적을 보기도 전에 숨이 막혔다.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진짜 떨어졌네."
"소문 터지고 바로 4위면 좀 그렇지 않냐."
"한서윤 때문 아니야?"
그 이름이 너무 쉽게 나왔다.
서윤은 돌아보지 못했다.
하린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
"듣지 마."
듣지 말라는 말은 늘 늦었다.
서윤은 그제야 자기 이름을 찾았다.
`A반 한서윤 2위`
`기숙 전체 17위`
올랐다.
분명히 올랐다.
그런데 기쁨은 이준의 4위 앞에서 멈췄다. 자기 이름은 숫자가 됐고, 이준의 이름은 소문이 됐다.
하린이 서윤의 팔을 잡았다.
"네 이름부터 봐."
"봤어."
"아니. 네가 오른 걸 봐."
서윤은 다시 자기 이름을 봤다.
지난번에는 이준이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줬다. 오늘은 아무 줄도 없었다.
그 빈 줄이 이상하게 서운했다.
이준은 1교시가 끝난 뒤에야 빌보드 앞에 왔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냈다.
그는 자기 이름을 확인했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목시계가 흔들렸다.
서윤은 그 버릇을 알아버린 사람이었다.
알아버린 사람은 모르는 척하기가 어려웠다.
이준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는 계단참으로 갔다.
서윤은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하린의 손이 팔에 남아 있었다.
그래도 갔다.
"장학 문자야?"
이준은 화면을 껐다.
"오지 말랬지."
"오늘은 네가 말 안 했어."
"앞으로도."
그 말은 차가웠다.
그런데 이준은 서윤을 밀어내면서도 계단 아래쪽을 막고 섰다. 누가 지나가면 서윤이 먼저 보이지 않게.
서윤은 그게 더 화났다.
"나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해?"
"아니."
"그럼 왜 나한테만 화내?"
이준은 안경다리를 만지지 않았다.
"너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그럼?"
"시험보다 네가 먼저 보였어."
서윤은 말문이 막혔다.
복도에서 종이컵 버리는 소리, 조교가 출석부 넘기는 소리, 누가 "4위"라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준은 화면을 다시 켰다.
`장학 유지 심사 예정`
그 아래.
`생활지도 사안 병합 검토`
서윤은 문자를 봤다.
그런데 제일 크게 보인 건 문자가 아니었다.
이준이 그 문자를 보면서도 몸을 서윤 쪽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
망하는 쪽을 보면서도, 자꾸 자신을 먼저 보는 사람.
그게 더 위험했다.
서윤은 손을 뻗어 이준의 시계를 잡았다.
딱 한 번.
"그럼 다음 시험 때는 나 보지 마."
이준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 때문에, 서윤은 알았다.
그는 그 약속을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