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국어 12번을 틀렸다.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게 말하면 됐다.
그런데 사실은 아니었다.
지문은 읽혔다. 보기도 봤다. 답도 거의 알았다.
그 순간 앞자리 이준이 손목시계를 만졌다.
서윤은 그걸 봤고, 답을 밀렸다.
하린이 오답표를 보더니 말했다.
"너 이거 왜 틀려?"
"어려웠어."
"거짓말."
"너는 어떻게 매번 알아?"
"네가 거짓말할 때마다 라벨 뜯거든."
서윤은 손을 멈췄다.
물병 라벨 끝이 손톱 아래에 있었다.
하린은 낮게 말했다.
"좋아하면 공부 안 돼."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럼 더 문제야.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 정도면."
말이 너무 아팠다.
저녁 자습 때 이준은 쪽지를 넘겼다.
`12번 왜 틀렸어.`
서윤은 한참 뒤에 썼다.
`네가 시계 만져서.`
쪽지가 앞자리로 넘어갔다.
이준은 오래 답하지 않았다.
자습 종료 직전, 쪽지가 돌아왔다.
`내가 신경 쓰이면 내 탓 해.`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근데 틀린 건 네가 아까워.`
서윤은 그 문장을 보고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문제집 12번 옆에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적었다.
차이준.
그리고 바로 지웠다.
지웠는데도 눌린 자국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