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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소사이어티

3화 S의 문

윤서는 정확히 28분 만에 나타났다.

배낭 하나를 멘 채 거주동 복도를 뛰어오는 군용 부츠 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울렸다. 숨이 찬 상태로 방문을 열었다.

"상태는?"

"호흡이 좀 돌아왔는데 아직 불안정해." 시우가 소율을 안은 채 말했다. 소율은 품에서 쌕쌕거리며 얕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입술의 파란기는 줄었지만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윤서가 배낭에서 작은 캡슐을 꺼냈다. 투명한 액체.

"기관지 확장제. B등급 이상 의료시설에서만 처방하는 거야. 아이 체중이면 반 캡슐."

캡슐을 받아 소율의 입에 조심스럽게 기울였다. 소율이 무의식 중에 삼켰다. 1분, 2분. 호흡이 조금씩 깊어졌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줄었다.

"이걸로는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야." 윤서가 말했다.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상급 의료시설이 필요해. 호흡기 전문."

"상급 의료시설. B등급 이상."

"아니. 이 증상이면 A등급 이상이 안전해." 윤서가 정면을 보았다. "특별거주구에 의료센터가 있어. S등급용."

"S등급 구역에 어떻게 들어가."

윤서가 배낭에서 또 하나를 꺼냈다. 검은색 밴드. NAS 코드와 같은 형태.

"위조 코드. 넘버리스의 기술진이 만든 거야. 8시간 동안 S등급으로 인식돼. 게이트 통과, 의료시설 이용, 전부 가능해."

시우는 밴드를 바라보았다. 잡히면 끝이다. NAS 코드 위조는 최상위 중범죄. F등급은 재판 없이 구금.

"위험한 거 알아." 윤서가 말했다. "그래서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뭔데."

"넘버리스의 작전에 협력해. 특별거주구 안에 우리가 접근하고 싶은 데이터 서버가 있어. 의료센터 바로 옆 건물. 네 능력이면 20분이면 돼."

소율을 내려다보았다. 잠든 아이의 얼굴. 가느다란 숨소리.

선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분명했다.

"해."


새벽 3시. 윤서가 연락을 넣자 넘버리스 조직원 두 명이 거주동으로 올라왔다. 한 명이 소율을 등에 업었다. 시우가 옆에서 동생의 손을 잡았다. 외곽거주구의 새벽 골목을 지나 지하도서관까지 — 소율은 약 기운에 얕은 잠이 들어 있었다.

지하도서관의 의료 담당이 소율을 인수했다. 소율의 이마에 손을 대고 체온을 확인하는 사람에게, 시우가 고개를 숙였다. 처음으로 낯선 사람에게 동생을 맡겼다.

새벽 5시. 삼성타워 특별거주구의 외곽 게이트.

시우와 윤서는 새벽 공기 속에 서 있었다. 캡슐 덕에 소율의 호흡은 안정되었지만, 오래 버틸 수는 없다.

게이트가 다가왔다. 강화유리와 스테인리스 강철. 양옆에 경비원 부스, 상단에는 NAS 로고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윤서가 시우의 손목에 위조 코드 밴드를 채웠다. 검은 밴드가 피부에 닿자 미세한 전류가 흘렀다. 원래 NAS 코드 위를 덮는 형태.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윤서가 속삭였다. "S등급은 의심받지 않아. 의심하는 게 실례거든."

고개를 끄덕였다. 후드를 벗었다. 등을 폈다.

게이트 스캐너에 손목을 대었다.

1초.

심장이 두 번 뛰었다.

[인증 완료 — 한시우 / S등급 / 임시 방문 코드 확인]

초록불. 게이트가 열렸다.

첫 발을 내딛었다.

'공기.'

그것이 첫 번째 감각이었다. 외곽거주구의 탁한 공기가 아니라,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 폐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공기라는 걸 처음 깨달은 것 같았다.

거리가 넓었다. 나무가 있었다. 진짜 나무. 외곽거주구에서는 콘크리트 사이에 잡초뿐이었지만, 여기에는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잎이 초록빛으로 빛났다.

건물은 유리와 백색 대리석. 각 입구에 S등급 거주자의 이름이 금색 명패로 새겨져 있었다. 한 사람이 하나의 건물을. 외곽거주구에서는 백 명이 한 동을 나눠 쓴다.

"저기." 윤서가 가리켰다. 삼성타워 의료센터. 유선형의 백색 건물에 푸른 십자 마크.

걸으면서 주변을 보았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 깔끔한 운동복, 이어폰, 미소. 유기농 카페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흰 셔츠, 태블릿, 여유.

웃는 사람들.

이를 깨물었다.

'이것이 소율에게서 빼앗긴 세계.'

'이것이 987점과 312점의 차이.'

'공기. 나무. 웃음. 숨 쉴 수 있는 권리.'


의료센터는 예약 없이도 이용할 수 있었다. S등급이니까. NAS 코드를 스캔하고 접수대에서 소율의 증상을 설명했다.

"호흡기 약품이 필요합니다. 소아용 기관지 확장제와 항염 흡입제, 3개월분."

접수 담당이 미소 지었다. S등급에게는 모두가 미소를 짓는다.

"네, S등급 가족 케어 패키지로 처리해 드릴까요? 정기 배송도 가능합니다."

"일회성으로 부탁합니다."

약품을 수령했다. 보냉 파우치에 담긴 앰플 열두 개와 흡입기 하나. F등급에서는 평생 볼 수 없는 것들. 여기서는 미소 한 번으로 받을 수 있는 것들.

파우치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윤서가 의료센터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은?"

"받았어."

"좋아. 이제 이쪽."

의료센터 바로 옆 건물. 'NAS 데이터 관리동'이라는 표지판. 겉보기에는 평범한 행정 건물이지만, 윤서에 따르면 NAS 초기 데이터의 원본 백업 서버가 있다.

"1층은 행정 사무실. 지하 1층이 서버실." 윤서가 건물 구조도를 종이에 그려 보여주었다. "내가 1층에서 시선을 끌 테니까, 넌 비상계단으로 지하에 접근해. 서버실은 S등급 코드면 돼."

"뭘 찾으면 돼?"

"2027년 8월 원본 데이터 백업. 보정 명령의 출처. 누가, 왜 127명의 점수를 조작했는지." 윤서가 시우의 눈을 보았다. "네 아버지가 찾으려 했던 것."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에 들어갔다. 1층 로비는 조용했다. 윤서가 접수대로 걸어가며 큰 목소리로 데이터 열람을 요청하는 사이, 시우는 왼쪽 복도의 비상계단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 1층. 철제 문에 NAS 코드 스캐너가 빛나고 있었다.

손목을 대었다.

[인증 완료 — S등급 접근 허가]

문이 열렸다. 서늘한 공기. 천장까지 닿는 검은색 서버 랙이 줄지어 서 있었고, 파란 LED가 별처럼 깜박거렸다. 냉각 팬의 저주파 윙윙거림이 공간을 채웠다.

가장 가까운 터미널에 앉았다.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숫자가 흐르기 시작했다.

2027년 8월 데이터 백업에 접근했다. 보정 명령 로그를 추적했다. 누가 이 명령을 내렸는지, 어느 단말기에서 실행되었는지.

로그가 열렸다.

보정 명령 실행자: [관리자 권한 — 코드 S-0001]

S-0001. NAS 관리 코드 첫 번째. 시스템 최초 설계자 또는 최고 관리자.

종이에 메모했다. 아날로그로. 디지털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보정 대상 127명의 전체 리스트와 원본 프로파일을 추가로 추출했다.

12분. 윤서가 약속한 20분의 절반을 남기고 터미널에서 손을 뗐다. 접속 흔적을 지우고 일어섰다.

서버실을 나서는 순간, 주머니 속 종이가 허벅지에 닿았다. S-0001. 이 숫자의 주인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건물을 빠져나와 특별거주구 외곽 방향으로 이동했다. 윤서가 뒤따라왔다.

"잘 됐어?"

"응. S-0001이라는 코드가 보정 명령을 내렸어. 127명 전체에 대해."

윤서의 눈이 빛났다. "S-0001... 그건 —"

"최고 관리자 코드야. NAS를 설계한 사람."

윤서가 숨을 들이쉬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시우가 발을 멈추었다.

앞에 사람이 있었다.

곽태준이 마주 오고 있었다.

NAS에서 승급 후보자에게 지급하는 감색 정장. 어제까지 F등급 거주구에서 낡은 운동복을 입던 놈이. 옷깃에는 작은 배지 — 'NAS 승급 특별 세션 참가자'.

태준도 시우를 보았다. 얼굴에 충격이 지나갔다.

"한시우? 넌... 여기 어떻게?"

순간적으로 위조 코드 밴드가 있는 왼쪽 손목을 외투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시우가 말했다. "승급 특별 세션?"

"3개월 연속 D 커트 달성했어. 오늘 특별 세션이 있다고 연락이 왔어." 태준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곧 의심으로 바뀌었다. "넌? S등급 구역에 F등급이 어떻게 들어와?"

대답하지 않았다.

태준의 시선이 윤서에게, 그리고 의료 파우치에 머물렀다. 눈이 가늘어졌다.

"이건 불법이야, 한시우. NAS 코드 위조?"

"불법이라." 시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넌 합법적으로 올라가고 있으니까 상관없겠지."

"이게 뭐가 잘못됐는데? 나는 노력해서 —"

"너의 노력이 헛된 게 아니라, 이 시스템 자체가 조작됐다는 거야."

태준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소리야."

"NAS는 처음부터 특정 사람들의 점수를 조작했어. S등급이어야 할 사람들을 F등급으로 만들었어. 넌 그 사실도 모르고 그놈들한테 꼬리를 치고 있는 거야, 곽태준."

"증거는?"

"있어."

두 사람이 마주 보았다. 특별거주구의 깨끗한 거리 위에서, 같은 F등급 출신의 두 소년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태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손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NAS 신고 버튼. 모든 코드에 내장된 긴급 신고 기능.

윤서가 뒤에서 긴장했다.

"신고하면 넌 도둑을 잡은 공로로 추가 점수를 받겠지." 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승급에 도움이 될 거야."

태준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3초.

5초.

빈손을 빼냈다.

"꺼져. 내 눈앞에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음에 보면 그땐 모르겠어."

시우가 윤서를 이끌고 태준 옆을 지나갔다. 스치는 순간, 태준이 낮게 말했다.

"너의 그 증거라는 게... 사실이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들었다.

"사실이면, 내 3개월은 뭐가 되는 거야."

답은 없었다. 시우는 걸었다.


특별거주구를 빠져나오는 루트는 들어온 길과 달랐다. 윤서가 준비해 둔 유지보수 통로 — S등급 구역의 하수도 점검 경로를 통해 외곽으로 이동했다.

통로를 걷는 동안 시우는 말이 없었다. 의료 파우치를 꼭 쥐고, 주머니 속 종이를 의식하며 걸었다.

"거의 다 왔어." 윤서가 앞에서 말했다. "이 통로 끝이 외곽거주구 경계야. 거기서 —"

윤서가 멈추었다.

통로 끝에 빛이 있었다. 출구. 그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깔끔한 정장. 은테 안경. 부드러운 미소.

서정원.

시우의 발이 굳었다. 옆에서 윤서의 숨이 멎었다.

NAS 중앙관리관. TV 화면에서만 보던 얼굴이 3미터 앞에 서 있었다. 경호원은 없었다. 혼자.

"수고했다, 한시우."

부드러운 목소리. TV에서 커트라인을 읽을 때와 같은 톤. 하지만 여기서 듣는 그 소리는 완전히 다른 의미였다.

"누구세요 같은 건 묻지 않겠지?" 서정원이 미소 지었다. "자네는 영리하니까."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윤서가 팔을 잡았다.

"어떻게 알았죠. 우리가 여기로 오는 걸."

서정원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재미있는 질문을 받은 교수 같은 표정.

"알았다기보다, 기다렸다가 맞겠지." 시우를 보았다. "오래 기다렸다, 한시우."

등이 차가워졌다.

"서버실에서 뭘 찾았는지도 알고 있겠죠."

"S-0001." 서정원이 말했다. 시우의 표정 변화를 관찰하듯 한 박자 쉬고 이었다. "그 코드가 누구의 것인지 궁금하겠지."

서정원이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렸다. 소매를 접었다. NAS 코드가 드러났다.

S-0001.

시우의 눈이 벌어졌다.

"자네의 점수를 312로 만든 건 나야."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자네 아버지가 그걸 발견했을 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 안타까운 일이었지."

"아버지를... 당신이..."

"이야기가 길어지겠군." 서정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핵심만 말하지. 나는 자네를 잡으러 온 게 아니야."

뒤로 물러나려 했다. 서정원의 다음 말이 발을 붙잡았다.

"자네의 진짜 점수를 돌려줄 준비가 되었나?"

공기가 멈추었다.

"987점. S등급. 자네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 은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결함 있는 데이터는 교정되어야 한다 — 그 말의 의미를, 자네는 오해하고 있어."

윤서가 앞으로 나섰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이 점수를 조작해 놓고 —"

"조작이 아니라 보호였어." 서정원이 윤서를 보지 않았다. 시우만 바라보았다. "S등급 중에서도 상위 0.01%. 987점 이상의 인간은 NAS에게 위험하면서 동시에 — 필요한 존재야. 자네 같은 사람이."

"무슨 뜻이야."

"NAS는 단순한 성적 관리 시스템이 아니야, 한시우. 자네의 아버지는 그 '단순하지 않은' 부분을 건드린 거야. 그리고 자네도 이제 같은 문 앞에 서 있어."

서정원이 안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시우에게 내밀었다. 검은 카드. NAS 로고 아래 금색 글씨.

[S-CLASS INTEGRATION PROGRAM — 한시우]

"내일 아침 8시. 중앙평가센터 지하 3층. 이 카드를 가지고 와." 서정원이 말했다. "자네가 원하는 답이 거기에 있어. 아버지의 행방도."

서정원이 돌아서서 통로 밖으로 걸어갔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시우는 검은 카드를 쥔 채 서 있었다. 금속처럼 차가운 카드. 손바닥의 열기가 전해지지 않을 만큼.

"함정이야." 윤서가 말했다. "절대 가면 안 돼."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S-CLASS INTEGRATION PROGRAM.

'아버지의 행방.'

'진짜 점수.'

'S의 문.'

"함정이겠지." 시우가 말했다.

카드를 주머니에 넣었다.

"근데 지금까지 안전했던 적이 있었어?"

윤서가 시우를 보았다. 눈에서 냉소가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 — 무모하고, 절박하고, 위험한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통로를 빠져나와 어둠 속으로 걸었다. 외곽거주구의 밤이 삼켰다.

주머니 속 검은 카드의 금색 글씨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멀리, 삼성타워 특별거주구의 첨탑에서 NAS 로고가 서울의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 어딘가에서 서정원이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시우는 걸었다. 소율에게 돌아가야 했다. 약을 주어야 했다. 그리고 내일, 결정해야 했다.

S의 문을 열 것인지.

아니면 그 문을 부술 것인지.